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우리가 사랑했던 혁명가, 오스칼
『베르사이유의 장미』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이 죽던 날 나도 따라 죽고 싶었다. 1980년대, 그 같은 일본 만화가 국내에서 해적판으로 나돌던 시절이었다. 누군가의 언니가 어찌어찌 해서 손에 넣게 되었고, 그것을 차례로 돌려보던 그런 시절. 나는 내 차례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려야 했다. 언니들의 틈바구니에서 놀던 터라 항상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음 순번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마지막 주자의 특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오스칼이 총에 맞아 죽었고, 나는 대성통곡하며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그가 쓰러지는 페이지를 며칠 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 시절 오스칼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건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이후 1990년대 대원동화에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정식 수입해서 국내에 출시되었고, KBS에서 방영되었다. 당시 이가영이 부른 주제가도 유명해졌다. 이 곡은 금영에서 나온 노래방 반주기기에 들어 있다.
바람 한 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 / 가시 돋혀 피어나도 아름다운 꽃
혼자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는 / 세상마냥 즐거움에 피는 꽃장미
나는 장미로 태어난 오스칼 / 정열과 화려함 속에서 살다갈꺼야
장~미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 장~미 장미는 순결하게 지네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가공의 인물들과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킨 이 만화는 오스트리아의 시인, 극작가, 평전 작가였던 슈테판 츠바이크가 1930년대 저술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평전을 바탕으로, 일본의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4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초, 원작의 인물, 모티프,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해서 대하드라마 격 순정만화를 탄생시켰다. 당시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오늘날까지 발행 중인 일본의 순정만화 잡지 『마가렛』에 연재되었고, ‘도라에몽’ ‘아키라’ ‘플란다스의 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TMS엔터테인먼트가 1979년에 40회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의 강렬한 색상과 격정적인 전개는 격동의 혁명기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국내 성우들의 열정적인 더빙 연기도 소녀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데 한몫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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