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외부인이 바라본 서울 건축 건축비평가
울프 마이어

에디터: 유대란, 사진: 김종우

『서울 속 건축』의 저자이자 독일의 건축비평가 울프 마이어가 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서울 건축 100년’을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치우치지 않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서울 건축과 문화를 톺아보며, 랜드마크가 된 유명 건축물에서부터 오히려 내부인이기에 우리의 미처 시선이 가닿지 않았던 공간들을 보여줬다. 저서 『서울 속 건축』의 역할도 이와 같다. 이 책은 서울의 건축 가이드 및 아카이브인 동시에, 도시 속 건축물을 바라볼 때 터져 나오는 ‘와!’ 하는 짧은 탄성을 ‘아’ 하는 연속적인 자각의 단계로 이끈다.
Chaeg: 『서울 속 건축』에는 일반적으로 기념비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건축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목록에 마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 있는 것이 의외이면서 신선했습니다. 수록된 200여 개 건축물의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는지요?
모델하우스 같은 일시적인 구조물에 이 정도의 금전적, 미적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유럽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단순히 모델하우스라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우리는 자주 편견에 사로잡히죠. 자신이 속한 도시를 밖에서 볼 기회도 많지 않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가진 유일한 강점은 아웃사이더라는 겁니다.
선정 기준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시대와의 관련성. 여기에는 시대별 중요한 건축가의 작품, 지역과의 연관성이 뛰어난 건축물, 유형에서 뛰어난 것들이 포함됩니다. 또 다른 기준은 접근성입니다.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접 가볼 수 있는지 없는지. 주거용 건물들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좀 애석한 일입니다. 주거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용도이자, 건축이 비롯된 시작점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은 매우 현실적인 기준으로서, 건축물에 관한 충분한 정보와 사진을 마련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충분치 않아서 수록할 수 없는 것도 더러 있었습니다.
Chaeg: 각 건축물의 역사, 규모, 재료, 지역 등 부문별로 짤막하지만 종합적인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료 수집을 어떻게 하셨는지요?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로부터 초청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서울시의 광고를 봤는데 ‘Seoul, City of Design’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광고에 나온 연락처로 문의했어요. 그때 저 자신을 건축비평가라고 소개했고, 서울의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서울시에서 초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진작가와 함께 두 번 서울을 방문했고, 매우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어요.(웃음) 매일 20여 개의 건축물을 봤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걸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어요.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요한 건축가들이 누구였고, 그들이 누구의 제자이자 스승이 되었고, 어떤 이들과 같이 작업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어떤 패턴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건축가의 다른 건축물도 봤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오면, 나름의 선별 기준을 갖게 되는 셈이죠. 마치 작은 모자이크 조각들을 손에 쥐고 있다가 어떤 틈을 발견하면 그것을 붙여보고, 이윽고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독일인 친구의 도움도 컸습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장본인이죠. 또 여러 대학에 강연하러 다니면서 한국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Chaeg: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현재, 서울의 건축이나 풍경에 어떤 변화가 보이는지요.
당연히 더 많은 건물이 생겨났죠.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방향의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Chaeg: 그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완공되기 전이었죠? 가보셨나요?
네, 전이죠. 완공된 후에 유럽에서 온 건축가들을 데리고 서울 건축 투어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DDP를 본 그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더군요. 양방향으로 굴곡진 형태를 구현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건축은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습니다. 한편,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스타 건축가의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걸까? 그건 조금 순진한 생각 같은데….’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들은 스타 건축가들을 기용하기 좋아해요.(웃음) 하지만 거기에는 위험한 면도 있습니다. 스타 건축가들의 유명세는 공간의 쓰임새,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관한 논의나 비판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요.
Chaeg: 서울뿐 아니라 도쿄, 홍콩, 대만, 헬싱키의 건축에 관한 책을 쓰셨어요. 이 도시들을 선정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거주했거나, 오랜 기간 머물렀던 곳들입니다. 당시 제가 궁핍해서 차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면서 흥미로운 건축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도시의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영어로 된 책이 없더군요. 도시와 도시의 건축물들에 관심을 가질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제가 썼죠.(웃음)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