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왜곡된 진실의 주인
Truth Decay by Rob Birch

에디터 지은경
사진 로브 버치 © Rob Birch

나는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가 아니다.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도 내가 아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나뿐이다. 그 안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순수하게 이 세상을, 그 어떤 잣대도 없이 이 세계를 직시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현실이 곧 진실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터. 진실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영국의 작가 로브 버치Rob Birch는 주로 사진 콜라주와 페인팅을 혼합한 매체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현실세계의 위선과 거짓에 관한 풍자가 작품의 주를 이루는데, 이는 거대한 산업 사회 속에서 부품처럼 변질되어가는 인간성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작품에의 접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작품 속 얼굴들 위에 얹어진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어 이야기를 이끈다. 그의 작업 시리즈에 붙여진 제목 역시 왜곡된 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A fantastic answer to the wrong question (잘못된 질문에 대한 환상적인 대답)’ ‘Where are you going? And can I come?(어디 가니? 나 가도 돼?)’ ‘Come back and talk to me when you realize you are wrong(네가 뭐 잘못했는지 깨닫게 되면 와서 얘기해)’ ‘Our relationship has a curious grace(우리 사이에는 이상한 품위가 있어)’ ‘Atmospherians(분위기주의자들)’‘I know kung-fu(나 쿵푸 알아)’ ‘Lies that are truer than facts(사실보다 진짜 같은 거짓들)’ ‘Materiality of identity(정체성의 물질성)’ ‘Truth decay(부패한 진실)’ ‘Things my mother used to say(우리 엄마가 자주 하던 말)’ 등의 제목에는
일상에서 내뱉는 언어들 사이 사이에 약간의 해학과 풍자가 가미되어 있다.
신경을 긁는 감정들과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살아가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개개인의 것으로만 치부하기엔 인간은 광활한 우주 속 너무도 작고 무력한 존재다.
“아무것도 진실인 것은 없다. 우리는 단지 기계로 이루어진 산업 사회에서 봉사하기 위해 살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쿵푸를 안다. 오늘날의 사회는 무관심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이 세계의 매트릭스를 주도한다. 포스트 자본주의적 의제는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지속적인 충성을 보장하며, 계약 노동과 임금 노예제도를 통해 대다수의 사람들을 가두어 둔다. 환상과 거짓에 기반한 세계인 매트릭스는 이제 나름 잘 확립되었으며 대중을 배터리로 사용하여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부에 대한 끝도 없는 욕망과 요구의 매커니즘을 추진한다. 나의 작업은 이 매트릭스가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개념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한다.”

December20_AtlasofLife_05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