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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7

오르막과 내리막 다시 오르막

Editor. 김지영

『그자그자 남와여의 속사정연애』 조부희·윤다형 지음
조부희 펴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건 함께 등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등산 초반에는 신이 나 걸음이 빨라지고, 미리 산 정상에 오른 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중간쯤 가면 고르지 않은 산길에 버거워 지치고, 쉬었다 가길 원한다. 그렇게 더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오르기를 포기하거나 진이 빠져 몇 번이고 주저앉기도 일쑤다. 연애라고 다를까.
『그자그자 남와여의 속사정연애』에서는 전혀 다른 남녀의 시점에서 사랑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다시 나타난 오르막을 그린다. 사랑의 시작, 끌림, 연애, 감정, 권태, 상처, 이별, 체념, 회상, 미련, 흔적, 벽, 외로움, 밤, 다시 사랑의 시작이라는 오르막을 올라 그 끝인 내리막을 내려와 또 다른 시작의 오르막을 오르는 모습은 연애의 단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왼편에 여자의 이야기, 오른편에 남자의 이야기를 배치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여자와 남자의 생각을 대치시켜 이들이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지를 보여준다.
너를 보는 것보다/모니터 속 베인을 만나고 싶다 —그남자의 권태 「LOL」
갑자기 세차게 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중략) 나의 마음은 조용하고도 점점 더 강하게 더욱더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여자의 권태 「흐림」

이별을 앞둔 권태에서 남자는 여자에 비해 말이 없다. 짧디짧다. 여자는 사랑하던 순간보다 권태의 순간 더 말이 많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남녀의 다름에 대한 해석으로도 읽을 수 있다. 등지고 앉은 남자와 여자. 이 둘은 각각 찬 음료와 뜨거운 음료를 마시고 따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한다. 의자에 앉은 자세도 다르다. 표지는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확실히 표현하며 책의 방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각자의 경험에 따라 그 기억은 달라진다. 그 큰 분류를 남자와 여자로 두면 대체로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 차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요즘 당신의 사랑이 궁금하다면 개인적으로 수많은 연애심리서보다 먼저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