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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영역에 들어온 알파벳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자료제공: Hamburger Kunsthalle

이미지에서 글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언어의 표현은 예술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조작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글과 이미지가 만나면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글자가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아닌 글자로 분류되며, 글자를 ‘그리’지 않고 ‘쓴’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파벳이 우리 삶에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때는 언제였을까? 글자를 익힌 후 똑바른 선 위에 지루하게 글쓰기를 해나가기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이었을까? 아니면 그보다 전, 어마어마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던 호와 곡선의 환상적인 구조물이 처음 단어로 탄생했을 때였을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글을 쓰지만 보지는 않게 되었다. 그저 익명의 자료로부터 단어가 가진 의미의 영역만을 넓혀 나갈 뿐이다. 독일의 현대미술갤러리인 함부르커 쿤스탈레에서 전시 중인 < 예술과 알파벳>은 글자를 철저히 그림과 작품으로써 바라보고자 한다. 15개국의 다양한 나라로부터 22명의 예술가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글자를 예술화한다. 그들은 글자의 시각적 영향력을 탐구하는 한편 확장과 변형을 통해 멋진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가들은 회화, 드로잉, 조각, 영화, 비디오, 사진, 설치, 공연이라는 매개체로 알파벳을 조작한다. 아르메니아어와 아랍어, 라틴어의 글자는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큰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텍스트는 서로 겹쳐져 또 다른 구성 요소로 원자화되고, 손으로 쓴 구절은 활기차고 강력한 힘의 선을 이루어 삶을 지탱하는 듯 보인다. 글자는 있는 그대로 번역되거나 때때로 의역을 위해 무시되거나 몸짓언어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행위는 해석과 읽기 그리고 이미지의 인식과 숙고 사이에서 긴장을 형성한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무엇이 텍스트이고 또 무엇이 그림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전시는 알파벳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함과 동시에 재미있는 상상을 현실화하기도 한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 글이 가진 새로운 모습과 만나고 이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해독해보게 된다. 글쓰기의 암호는 흥미롭고 도발적인 수수께끼 같다. 글자는 텍스트와 의미, 이 전체를 아우르는 위대한 도구다. < 예술과 알파벳>은 매우 놀랍고도 때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방문자는 탐험의 즐거움으로 자극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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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Hamburger Kunsth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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