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November, 2018

역시 만화책을 읽어야 해

Editor. 김지영

주말이면 한가로이 만화방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제각기 짝지어 다니는 거리를 샌들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안경까지 장착하고 걷고 있노라면 자유롭기 짝이 없다.

『미이라 사육법』 우츠기 카케루 지음
artePOP

인터넷 서점 앱을 켜놓고 애꿎은 머리카락만 쥐어뜯었다. ‘충동 구매한 책을 환불할 것이냐 말 것이냐.’ 몇 달 동안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구매하지 않았던 만화책을 단지 『원피스』 90권을 사는 데 드는 배송비를 아끼겠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했다. 가격이 다른 만화책 한 권을 사는 것보다 두 배가량 비싸고,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내용을 다 파악한 상태라 꼭 사야 하나 싶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원피스』를 핑계로 결국 구매했다. 그런데 불현듯 이미 본 만화를 돈 주고 사서 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요동쳤다. ‘배송 준비 중’에서 ‘출고’로 넘어가자 더욱 크게 요동쳤다.
‘약간의 가치라도 있다면 책은 절대 환불하지 않는다!’가 책에 관한 예의라 생각했던 터라 일말의 소장가치를 찾기 위해 1권을 덮고 있던 비닐을 제거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내용과 다른 몇몇 에피소드와 번외편,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똑같지만 사건의 전개가 다른 에피소드를 발견하고 흥미가 생겼다. “그래! 이 정도면 환불하지 않아도 되겠다!”
『원피스』와 함께 박스에 담겨 배송된 만화책은 『미이라 사육법』이다. 4개국 누적 다운로드 수 2천500만을 돌파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 코미코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미이라 사육법>을 엮은 단행본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TBS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13화까지 방영됐다. 갓파나 도깨비, 늑대인간처럼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신비한 생물들이 인간 세상에 마치 요정처럼 제 모습을 숨기며 살고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주먹만 한 크기의 통통한 미라가 한 남고생을 주인처럼 따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제목처럼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해당 에피소드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주인공 미라인 ‘미이’의 습성을 적은 메모와 미이의 주인인 남고생 ‘소라’의 짤막한 일기를 보여주어 마치 한 권의 사육법을 읽는 듯한 구성을 취했다. 그래서인지 대개 1화에서 등장인물이나 배경에 관해 설명하는 만화의 전형적인 구성을 버리고 바로 미이와 소라의 만남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사실 미이는 소라의 아빠가 이집트에서 보낸 선물인데, 아빠가 미이와 함께 동봉해 보낸 긴 편지에는 미이에 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이름은 미이군
신장: 약 12cm
둘레: 약 18cm
체중: 175g
먹은 것: 개 사료, 실곤약, 사과
울음소리는 ‘왈!’ (개인가?)
영화나 현실에서 접하는 무서운 미라가 아닌 반려동물처럼 행동하는 아담한 미이가 무척 귀여워 자꾸만 손길이 간다. 미이뿐이겠는가. 의젓하고 똑똑한 드래곤 이사오와 자유분방 잡식성 도깨비 코니까지 합세하면 ‘덕파만파’하고 싶다.
성격이 전혀 다른 삼인방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는 몇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실실 웃음이 터진다. 예를 들어 코니와 미이가 글자를 배운 이사오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주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에피소드에서 삼인방이 종이에 적은 글(이사오는 ‘언제나 고마워’, 미이는 ‘계속 함께’, 코니는 ‘어떻게 생각해?’)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본 입장에서 사실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중 무엇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애니메이션이라 답하겠다. 움직이는 미이와 코니, 이사오를 접하지 않는다면 삼인방의 진정한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단행본보다 더 긴 스토리를 다루기 때문인데,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화책을 접해도 괜찮으니 둘 다 접하길 바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가 다르고, 삼인방 특히 미이의 숨겨진 과거의 실마리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P. S. 원래는 『원피스』를 먼저 읽으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미이라 사육법』을 먼저 봐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