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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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5

역사서를 써보고자 하는 그대에게

Editor. 지은경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케이스 젠킨스 지음
혜안

세상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우리는 책을 말살하던 시대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우리는 다시 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단지 역사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역사가 반영하는 까닭이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견해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사회의 다양성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에 의해 쓰인다는 말이 있다. 보다 강한 사람이, 세력을 가진 사람이 쓰는 역사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는 주인공이며 영웅이며 언제나 선인이다.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획일화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전 세계의 독재국가, 아직 선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역사 교과서의 획일화 과정을 온몸으로 막아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역사학자 케이스 젠킨스는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에서 “역사가 무엇인가를 주장하지 말고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덧붙여 그는 “역사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담론의 영역에 속하며 순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즉 이런 상황에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권력에 기대는 것이며, 우리의 지식을 어떤 권력을 위해 봉사한다는 뜻이다.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그 누군가를 위해 역사를 써야 하는가? 이 책은 연구자들 각자가 자신들이 누구를 위한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한다. 제대로 된 역사서를 써야 한다는 이유로 역사를 바꾸려는 그대, 획일화된 역사 교과서로 다양성을 파괴하려는 그대,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종북이라 비난하는 그대, 혹은 역사서를 연구하는 학자들. 그대들이 이 책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를 읽었더라면, 우리의 사회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