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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6

여자도 몰랐던 여자의 몸

Editor. 박소정

『여자, 내밀한 몸의 정체』 나탈리 앤지어 지음
문예출판사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장손의 첫째 딸로 태어나 할머니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의 큰 아쉬움을 샀다. 아들을 못 낳은 게 죄도 아닌데 엄마는 죄라도 지은 것처럼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리셨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남동생이 태어나고 나서야 집안의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이 굴레가 된 것일까, 나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해 후회스러운 일들을 겪게 됐다. 초경과 2차 성징을 겪으며 여성으로서 불편함과 고통은 기꺼이 감내했다. 그러나 일상화된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과 차별을 겪으며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고문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오랜 세월 동안 제2의 성, 불완전한 성 등으로 왜곡되어 왔다. 이에 여성 또한 자신의 몸을 불편하게 여겨왔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이 여성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많은 육체적, 정신적 이상을 일으킨다고 보며 히스테리를 ‘자궁에 의한 질식’으로 간주했다. 프로이트는 여자아이는 자연스럽게 남근에 대해 선망을 갖는다고 주장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왔다.
저자는 ‘여성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주제로 임신과 출산, 젖가슴의 사회적 기능, 오르가슴, 여성의 공격성 등을 논하며 여성의 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의학에서 다뤄져 왔던 여성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서 나아가 ‘왜’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정기적으로 피를 흘리는지, 왜 자궁 내막은 죽음과 재생이라는 윤회를 해왔는지 다각도에서 바라본다. 병원체들을 막기 위한 면역계의 확장이라는 주장과 자궁을 계속해서 번식 가능한 상태에서 벗어나 성적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등을 통해 결국 여성 또한 자유로운 의지와 육체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게 한다.
참고로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니다. 여성을 위한 건강 지침을 건네지도 않는다. 다만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적 욕구가 약하며 본능적으로 경쟁하지 않고 수동적인 행동을 취한다고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자부터 남성의 왜곡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성까지, 저자는 여성의 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그동안의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세계를 열어준다. 특히 여성이라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고 싶은 당신이라면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