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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선택한 책

June, 2017

어른이 되기 싫은 어른의 고백

Editor. 김선주

『나무 위의 고래』 김경주 지음
허밍버드

SNS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정작 내밀한 속마음은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진짜’ 고백을 담은 책. 자기 고백적 동화인 ‘모노동화’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나무 위의 고래』는 시인 김경주가 처음 시도한 어른용 동화이다. 쓰나미에 휩쓸려 나무 위에 걸린 보트에서 사는 소녀. 한순간에 집과 가족을 잃은 소녀는 스스로 세상과 떨어져 부리갈매기를 친구 삼아 자연의 방식을 배워간다.
“나는 나무 위에 살고 있어요. 혼자 살지만 많이 외롭진 않아요.”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 소녀의 삶은 위험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일 뿐이다. 어른들은 소녀를 사회로 내려보내려 하지만, 소녀는 나무 위의 보트를 바다로 밀고 나가려 한다.
소녀는 자신을 찾아온 주정뱅이, 벌목꾼, 낙하병, 윤리 선생과 대화를 나누지만 소녀와 어른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히려 소녀가 어른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녀에게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털어놓기도 한다. 세상의 가치와 편견에 둘러싸인 어른의 순수한 고백은 뜻밖의 위로가 된다.
들기에도 가벼운 이 책은 가로 11cm, 세로 17.7cm로 주머니에 들어가기 좋은 크기지만, 별자리가 수놓아진 예쁜 표지는 어쩐지 보란 듯이 한 손에 꺼내 들고 보고 싶게 만든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두고두고 꺼내 읽으면 잊고 있던 감성과 함께 작은 위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으로부터 문득 한 발 떨어지고 싶은 순간에 이 책이 생각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