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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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8

앞으로 10년 남았네요…

Editor. 김지영

1권부터 87권까지 살까 하는데,
혹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실 분 계시면 메일 주세요.
진짜 무척 갖고 싶습니다, 제발.

『ONE PIECE』 1~88
『ONE PIECE magazine』 vol.1~3
오다 에이치로 지음
대원씨아이

‘덕통사고’였다. 애니메이션을 기다리다 지쳐 답답한 마음에 만화방에서 『ONE PIECE(원피스)』를 빌려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만화책을 기다리기 힘들면 『원피스』를 연재하는 만화잡지를 봤다. 그리고 만화책이 나오면 만화방에서 빌려 또 읽었다. 같은 부분을 몇 번이나 봤는데도 매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원피스』는 ‘고무고무 열매’의 능력자 루피가 해적왕이 되기 위해 해적왕 로저가 숨겨둔 ‘원피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단순한 플롯 안에서, 제각기 다른 사연과 목적을 지닌 동료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다.
이 바다 세계는 지리적으로 레드 라인과 그랜드 라인(위대한 항로)이 X자로 엮여 크게 이스트 블루, 웨스트 블루, 사우스 블루, 노스 블루, 신세계로 나뉜다. 이스트 블루는 루피와 조로, 나미, 우솝이 ‘밀짚모자 해적단’이라는 명칭으로 모험을 떠나는 곳으로, 비교적 평화로운 바다로 알려진 탓에 만화 초기에는 일당에게 “이스트 블루 애송이들”이라 언급하는 장면이 잦다. 이밖에도 웨스트 블루는 로빈의 고향이자 고고학자의 섬 오하라가 있었던 곳이고, 이 바다를 건너면 상디가 태어난 살인청부업 가문 빈스모크가가 있는 노스 블루가 나온다. 트리팔가 로우 역시 노스 블루 출신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본가의 강요로 빅맘의 35녀인 푸딩과 강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요리사 상디 구출 작전을 펼치는 홀케이크 아일랜드 편이 연재 중이다. 다른 형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유로 빈스모크가에서 쫓아낸 주제에 이제 와서 가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제 결혼을 진행하는 그들에게 분노가 끓어오른다. 상디를 좋아하는 수십 가지 이유 중 몇 가지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능력자가 아닌데 능력자만큼 강하다, 가정적인 편이며 요리사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뚜렷하다, 만화 속 등장인물 중 여성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인물이다. 아무도 상디를 눈여겨보지 않을 때부터 ‘상디바라기’였다. (앞으로도 상디만 바라보겠노라.) 상디가 등장하면서부터 자신의 꿈이라 말한 오올블루(바다의 모든 물고기 종류가 모이는 곳)는 어디일까? 아직도 정확하게 ‘이곳이 오올블루다!’라고 밝혀진 바는 없지만 많은 이가 어인섬이 오올블루이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그 이유는 4개의 바다가 모이는 곳인 리버스 마운틴과 성지 마리조아 중 유일하게 구멍이 뚫린 곳이 어인섬이기 때문이다. 2년 뒤 다시 모인 밀짚모자 해적단이 첫 모험을 떠나는 곳인 어인섬 편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물고기들이나 고래가 몰려들어.
고래란 말이지, 풍요로운 바다를 알고서 나타나는 법이라고.”

해적왕이 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항해를 시작한 루피의 자세가 ‘2년 후(3D2Y)’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뀐다. 그전에는 스스로 자신이 강하다는 믿음으로 싸움을 이어왔다면, 이후에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싸워 능력을 각성한다. 물
론 그 계기는 의형제의 잔을 나눈 에이스의 죽음이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정상전쟁에서 에이스가 죽었을 때 대성통곡했다. 그간의 고된 여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고잉메리호와 이별할 때보다 더 울어버렸다. (메리가 고마웠다는 인사를 할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다른 독자들이 해석해둔 ‘떡밥’을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가능성 제로. 비브르 카드(상대의 상태나 위치를 알려주는 도구.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종이가 타들어 간다)가 전부 타버렸고, 드레스로자에서 이글이글 열매가 우승 상품으로 나와 사보가 먹어버렸으니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작년에 출간된 『ONE PIECE magazine』에서 사보가 등장해 에이스의 죽음을 막는, 꿈에 그리던 장면이 나와 그간 속 끓던 마음에 큰 위안을 얻었다. 잡지에는 에이스에 관한 짤막한 소설도 실려있어 궁금했거나 의문이었던 점들이 하나둘 해결됐다. (연재 때마다 SBS 코너에 작가의 인터뷰가 실리지만 그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많다. 이 잡지는 두고두고 간직하겠노라.)
얼마 전 ‘오다 센세(애칭)’가 인터뷰에서 완결 권수를 밝혀 팬들 사이에 큰 파도가 쳤다. 현재 88권까지 발행됐는데, 120권 안에 원피스를 마무리하겠다는 시한부 선고였다. 드레스로자 편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연재를 길게 했던 탓에 팬심이 시들해졌는데, 오다 센세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야기 속도를 빨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연재하면 원피스도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노파심이겠지만 제발 『요술공주 밍키』나 『따끈따끈 베이커리』처럼 작가의 분노로 가득 찬 허무한 결말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