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아이들은 이런 책이 좋다던데요?/
멋진 동물들이 모두 모여

에디터: 김지영,전지윤
자료제공: 보림

읽을 맛 나는 사전
에디터: 김지영
‘백과사전’이라 하면 성경책처럼 얇은 종이에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렇게 얇은 종이를 쓰면서도 500쪽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고, 무엇 하나 찾으려면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뒤져야 하는 불편함까지 겸비해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진정한 ‘아날로그’의 끝판왕이랄까. 게다가 왠지 ‘사전’과 ‘책’이 별개로 인식되기도 한다.

보림 출판사에서 출간한 아드리안 바르망의 『웃기는 동물 사전』는 이러한 ‘사전 공포증’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제목에서부터 ‘동물 사전’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지만, 작가가 구성한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재치와 유머가 돋보여 사전보다 그림책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이 책은 보림 출판사의 ‘아티비티Art+Activity’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어린이들이 책을 따분한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친구로 느낄 수 있도록 예술에 활동을 더한 예술놀이 그림책 시리즈로, 이미 보림은 『웃기는 동물 사전』 외에도 『와일드라이프』 『일루머내터미』 등 다양한 아티비티 도서를 출간해 아이들의 독서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후 아이를 둔 부모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성인들 사이에서 읽을 맛 나는 동물 사전이 나왔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책의 ‘읽을 맛’은 일반 사전과 다른 분류법에 있다. 동물을 특성별로 나누고 해당 특성에 맞춰 동물들의 생태를 보여준다. 가나다순순으로 정리해 서로 어울리지 않은 동물이 뒤죽박죽 섞여 보기에도 기억하기에도 불편한 사전의 틀을 깼고, 분류한 동물의 객관적인 특성만을 적기보다 작가만의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흰색, 검정색, 노란색, 분홍색 등 동물의 고유한 색을 기준으로 분류했다면 카테고리를 ‘백설공주-백설왕자’ ‘숯검댕이’ ‘레몬’ ‘분홍이-장밋빛 인생!’이라는 식으로, 서식처를 짓는 데 열중하는 동물들에게는 ‘건축가’, 위장술이 좋은 동물에게는 ‘변장의 달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상상력으로 지은 이러한 새 명칭들은 일반 사전을 통해서는 도통 익히기 힘들었던 동물의 특성을 이렇다 할 설명 없이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명칭을 재미있게 붙여서 이 책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니다. 그림 속 이야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연속성 없는 단 한 장의 그림이지만 ‘사냥꾼’ 동물을 보여줄 때는 얼굴에 무시무시한 표정을 넣고, ‘외톨이’ 동물을 보여줄 때는 한 페이지에 한 마리만 외로이 두거나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듯 무료한 표정을 그려 넣기도 했다. 표정뿐만이 아니다. ‘날쌘돌이’ 동물을 보여줄때는 동물들이 무척 날쌔서 그림 안에서 동물들을 볼 수조차 없고, ‘점프의 달인’은 하도 뛰어다녀서 동물의 뒷다리만 겨우 볼 수 있다. ‘유혹의 달인’, 울음소리를 내 구애하는 동물에게는 입에서 진분홍 레이저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는 듯이 표현했다.

아드리엔 바르망의 『웃기는 동물 사전』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맞추기도 했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작가의 재치와 유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동물 사전’으로도 충분했을 제목에 ‘웃기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멸종한 동물,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생태계의 실정을 느끼도록 하는 진지함 속에서도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전설의 동물들을 보여주는 유쾌하고 ‘웃기는’ 그림책이다.

사전이라 하기엔 사전 같지 않아서
에디터: 전지윤
사전이라 하기엔 사전 같지 않아서 작가 아드리엔 바르망은 단지 수백 종의 동물을 모아 그리지 않고, 3년간의 조사와 치밀한 관찰의 결과로 이 책을 썼다. 동물들은 마치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인 양 성격과 감정, 할 말이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수많은 동물은 사실 인간이 알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함께 살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저마다 이야기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저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동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곧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때부터 자기 맘에 드는 특별한 동물에 대해 가능한 많이 알고 싶어 할 것이고, 비록 내용이 조금은 어렵고 지루할지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문득 영문판 제목이 참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영문판의 제목은 ‘Creaturepedia: Welcome to the Greatest Show on Earth(동물백과: 지구상의 가장 멋진 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다. 실제로 이 책은 동물들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하며,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 다른 내용은 없고 삽화에 캡션으로 이름만 있으니 함께 읽으며 동물들의 표정이나 생김새, 배경그림을 살펴보아도 되지만, 혼자 충분히 여유를 갖게 하니 다른 동물도감이나 동물 관련 책들을 펼쳐 비교도 하며 더 알아보고 싶은 내용을 확장해 읽을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확장성이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기대하고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며칠 후에도 특별한 피드백이 없으니 궁금하여 아이에게 책이 어땠는지 물으니,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엄마, 그런데 이게 어떻게 왜 사전이야?”
“동물들을 육백 종이 넘게 기록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설명도 없잖아.”

하드 커버로 된 이 책의 두께와 육백여 종의 동물이 종류별로 수록되어 있으니 사전다운 모습이다. 백과사전에 수백 종을 담기 위해 기준을 만들었고, 동물들의 삽화는 해당 분류에 맞게 삽입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동물분류체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가 쉽게 다가가 공감할 만한 독창적 분류 체계도 조사에 근거하고 있다. 색인은 찾기 기능에 충실하고 정확하다. 그럼에도 이게 사전인지 궁금하다고 하니 우리는 사전(辭典)과 백과사전(百科事典)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색인을 사용해 원하는 것을 찾거나 알파벳 혹은 가나다순에 따라 원하는 내용을 찾는 방법을 알아보고 연습해보았다. 이야기책이나 그림책과 달리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 부분만 찾으면 척척박사처럼 알고 싶은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주니 참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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