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0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

Editor.전지윤

『별하늘이 좋아』
고마이 니나코 지음 최춘성 옮김
혜지원

“황금연휴, 밤하늘에 별똥별 비처럼 쏟아진다” (2020. 04. 30 YTN)
“코로나19로 맑아진 하늘에 ‘유성우’가 온다” (2020. 04. 20 서울신문)
“내일(5일) 밤, 눈 호강 제대로 시켜줄 영롱한 ‘별똥별’ 쏟아진다”
(2020. 05. 04 인사이트)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검색하다 우연히 별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 수상한 시국에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는 뉴스 헤드라인을 어떻게 지나치겠는가. 아직 물리적인 거리를 두어야 하고 서로 조심해야 하는 때라 우리 가족은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에 별구경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어둡기만 하면 보이겠지’ 하는 초보들의 태만한 준비와 안일한 생각으로 천체망원경과 돗자리만 들고 바깥을 나선다는 생각에 그저 신이 났다. 어두운 산자락에 앉아 벌레를 손으로 쫓으며 꽤 좋은 성능을 자랑한다는 천체망원경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 일이 없다. 별 무리가 우수수 떨어진다는 건 왠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잠이 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는데 “그래도 우리 셋이 함께 시원한 바람도 맞고 행복했지” 중얼거리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별똥별은 구경도 못 하고 멀뚱거리다 돌아오는 일이 다신 없으리라 굳은 결의를 다지니 아이가 책장에서 별자리에 관한 동화와 과학책 몇 권을 찾아왔다. 성운과 성좌에 대한 천문학 이야기도 좋고 별자리에 대한 신화와 전설도 좋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별을 보는 방법인지라, 별을 보는 법을 쉽게 알 수 있는 초심자용 입문서인 『별하늘이 좋아』를 선택했다.
천문관, 교육기관 등에서 활동하며 천문 보급에 힘쓰고 있는 저자 고마이 니나코는 별 하늘을 산책하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저자는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 대신 서서히 붉게 물들어 달빛이 차오르는 저녁 무렵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달마저 저편으로 지고 사방이 깜깜해지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 아래에 누워 풀 내음과 바람의 향기를 맡고 벌레 우는소리를 들어보라 청한다. 저자는 작은 행성에 불과한 지구에서 광활한 우주를 마주하는 방법으로 별 하늘 산책을 제안하고, 그 노하우를 쏙쏙 뽑아 안내한다.
이토록 친절한 저자가 쓴 ‘초심자용 입문서’는 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도 안일하지 않다. 태양계를 중심으로 항성, 혹성, 위성의 별 종류와 크기,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별의 색과 밝기, 첫별과 샛별의 차이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밤하늘의 또 다른 주인공인 달과 달의 주기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으며, 멋진 얼룩이나 그림자 정도로 보이던 달의 표면에도 코페르니쿠스, 무지개의 만, 고요의 바다와 같이 멋진 이름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된다. 12성좌와 인간이 별을 어떻게 관찰했는지의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따로 떨어져 있는 별들을 묶어 하나의 별자리로서 인식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종류가 많아 부담스러운 내용들을 간단한 그림과 도표로 나타내 주고 있는데, 특히 88개 별자리를 이름, 모습, 형태, 특징과 잘 보이는 시기와 별의 밝기를 정리한 표는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로 훌륭하다.
책의 3장에는 실제로 별과 별자리를 찾고 보는 방법을 정리해 두었다. 일 년 중 별자리를 볼 수 있는 날짜와 시각을 정리한 시각표와 사계절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지도를 제시하고 있다. 불빛이 없는 곳에서 볼 때나 상대적으로 밝은 곳에서 볼 때의 지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 어디에서나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밤하늘의 별 사진을 찍기 위한 장비와 사용법에 대해 설명한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추고 설정하는 방법, 쌍안경 사용법과 전문적인 관찰이 가능한 천체망원경 배율 설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별 하늘이 좋아서’ ‘별 하늘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해’ ‘내킬 때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고마이 니나코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