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시장(Public market)

에디터: 박중현, 박소정, 이수진

동이 트면 상인들이 가지고 온 보따리에서 신선한 채소부터 눈길을 끄는 소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펼쳐진다. 하나둘 손님이 모이면 힘찬 환영의 손짓과 눈빛이 오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축제를 연상시킨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지 몰라도 그 운율은 반복된다”고 했던가.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다채로운 변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경쾌한 리듬을 유지해온 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았다.

시장, 교류의 장을 열다
유통에서 무역, 경제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시장Market’. 재화와 서비스가 교환되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하는 이 곳은 본래 소비자와 상인 사이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합리적으로 거래하기 위한 장치로써 생겨났다. 일반적으로 마켓으로 불리는 시장은 라틴어 Mercatus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스페인에서는 메르카도Mercado, 아랍문화권에서는 수크Souq,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바자르Bazaar 등 각 문화권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점차 교통 수단이 발달하고 수요가 증가하며 슈퍼마켓, 마트 등 상설 시장이 많이 보이지만 과거에는 3일, 5일, 7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정기시장이 더 흔한 편이었다.

문명교류의 장이라고 불리는 시장이 시작된 것은 고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광장’이란 의미로 곧잘 쓰이는 고대 로마의 ‘포럼Forum’은 원래 시장의 기능을 하기 위해 생겨난 곳으로, 매일 사람들이 모여 교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토론과 논쟁을 하는 소통의 장으로 발전하였다. 이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포럼을 중심으로 주변에 신전과 공화당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리스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은 아고라Agora로 이곳 또한 시장을 위한 공간으로 탄생했다가 점차 집회, 정치 및 행정부의 역할도 수행하게 되며 공적인 아고라가 분리되어 생겨났다. 포럼, 아고라 등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도시의 중심에서 발생한 시장에서는 보통 소작농들이 재배한 곡물 중 잉여로 남은 것을 가지고 나와 팔았는데, 이들은 여기서 발생한 소득으로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장비나 집을 꾸미는데 필요한 소품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넓은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지역 단위를 넘는 거래를 하며 큰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또한 시장을 둘러싼 골목길에 각종 가게가 들어섰는데 주로 금속이나 가죽 등을 다루는 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치, 사회, 문화가 부흥을 이루는 중세시기에 들어서며 도시가 더욱 번창하고 상인계급이 발달함에 따라 시장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도시 중심부에만 위치하던 시장은 귀족의 성이나 수도원 근처에 소규모로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의 숫자가 늘다 보니 비슷한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이 때문에 동종업계 사람들은 경쟁을 피하고자 서로 조금씩 떨어진 곳에 판을 벌였다. 이렇게 발달한 시장은 기존의 시장에서 볼 수 있던 일반 상품뿐만 아니라 귀족층의 수요를 고려한 한층 더 고급스럽고 값이 나가는 물건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가의 물건을 효율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지역을 순회하며 몇 주 혹은 달의 단위로 페어Fair 형태의 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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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art Dese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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