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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역사와 진보

글: 장세훈(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 / 에디터: 박건태 / 사진: 타임포럼 제공

자연의 순행을 반영한 원시적 시계의 등장
시계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의 시계는 자연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차고 기울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생기는 자연의 순행에서 인간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함께 이를 물리적으로 표시하는 시계라는 도구를 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계에서는 기원전 3000여 년 전 고대이집트의 해시계를 시계의 기원으로 보고 있으며, 영국의 전설적인 거석기념물인 스톤헨지 또한 실제 용도는 해시계였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편 고대 그리스인들은 날씨가 흐리거나 야간에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클렙시드라(Klepsydra)로 불리는 일종의 물시계를 발명했고, 1434년 장영실이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완성한 자격루 또한 물시계의 작동 원리를 응용 발전시킨 것이었다. 이 밖에도 모래로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래시계와 기름의 연소량을 시간 계측에 활용한 램프시계도 중세시대까지 널리 사용됐다.

과학자들에 의해 진일보하는 기계식 시계 시대의 개막
시계의 역사는 이토록 오래됐지만, 근대적인 개념의 기계식 시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7세기 중반이다. 물리학 및 관측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기계식 시계의 이론적 토대인 진자의 등시성 원리를 16세기 말에 발견한 것을 기점으로, 네덜란드 태생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는 이를 최초로 시계에 적용해 시계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가 1675년 개발한 진자시계는 후대의 과학자들과 시계 제작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들의 손을 거치며 점차 다양한 종류의 시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새의 지저귐으로 알려주는 일명 뻐꾸기시계가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며, 대형 벽시계나 괘종시계를 설치한 교회나 역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스위스 태생의 천재적인 시계 제작자 피에르 자케 드로와 그의 아들 앙리-루이 자케 드로는 기계식 시계의 원리를 바탕으로 로봇의 선조격인 오토마통(Automaton)을 발명해 스페인과 프랑스, 멀리는 중국 청나라 황실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태엽을 감아주면 인형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필사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자케 드로 부자의 대표작들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경탄을 자아낼 만큼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시계 제작자 존 해리슨은 선원이나 해군 장교들에게 유용한 해상용 정밀시계인 마린 크로노미터(Marine Chronomet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선배이자 후원자인 조지 그래험이 개발한 독창적이면서도 견고한 장치들을 계승 발전시켜 험난한 바다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보장하는 마린 크로노미터를 완성함으로써 기계식 시계의 내구성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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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에 탱크 손목시계를 착용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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