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시간을 물려주는 서점 순례,
저자 신경미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쩐지 공기가 묘하게 달라지는 듯하다. 은근한 종이 냄새와 사락사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 책으로 빽빽이 채워진 서가의 위용과 곳곳의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책과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 서점은 편안한 안식처와 같다. 낯선 외국을 여행할 때도 책방을 찾는 것은 그래서일까. 남편의 유학을 따라 네덜란드로 날아가 네 딸을 키우며 살던 저자는 딸들에게 추억을 유산으로 남겨주고자 자신이 사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까지 역사와 문화를 파는 서점과 책 마을을 순례했다. 오랜 시간을 지켜온 유럽의 서점들이 어떻게 유럽 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는지 독자이자 교육자, 엄마로서 서점의 시간을 바라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럽 서점 여행기 『시간을 파는 서점』은 어떻게 쓰게 된 건가요?
원래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이 넷을 키우다 보니 쓸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 네 딸과 서점이나 도서관, 박물관 등을 다니면서 보낸 즐거운 시간,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들에게서 감동받았던 일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죠. 기록하면서 제 생각이나 감정도 정리가 되고, 쓰는 시간만큼은 저만의 시간이자 휴식이었어요. 사실 그때는 책이 될 줄 모르고, 아이들이 10년 뒤에 읽을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썼어요. 1차 독자는 아이들이었던 셈이죠.

아이들과 갈 만한 많은 곳 중에 서점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점만 다닌 것은 아니고 놀이동산이나 박물관, 도서관도 가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곳이 서점이었어요. 제가 서점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찾게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어요. 추억은 인생이 힘들 때마다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니까요.
서점은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서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공간이자 가치관과 생각 등 철학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서점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개념과 시대정신을 가늠해볼 수 있었으면 했어요. 다양한 질감의 책을 만져보고 서점의 인테리어를 보며 미적 감각도 키우고, 서점에서 웅성거리며 이야기하는 자연스러운 서평과 문화비평에 귀를 기울여볼 수도 있죠. 아이들은 책과 놀며 뒹굴고, 저도 덕분에 서점과 책을 구경하면서 쉴 수 있고요. 책 마을 같은 경우는 여행이 아니라 장터에 나들이 가듯 가볍게 떠난 건데, 그들의 큐레이션을 보고 있으면 언어를 몰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 재밌어요.

아이 넷을 데리고 여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딸들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외적인 부분들이 더 힘들었죠. 일단 제가 살던 네덜란드는 교통비가 비싸서 한번 외출하려면 밖에서 음식도 많이 못 사주고 간식 같은 걸 싸서 다니곤 했어요. 아이들이 책을 사달라고 해도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중고로 사주곤 했죠. 아무래도 가성비를 생각 안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착해서 다 이해해주고 잘 따라주고 오히려 챙겨줄 때도 많아서 제가 더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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