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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선택한 책

July, 2017

숨은 잔혹성 찾기

Editor. 김선주

『일상의 살인』 우세계 지음
OCTOBER BONE

성큼 다가온 더위에 늘어지는 요즘, 일상에 환기가 되어줄 책을 발견했다. 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바로 『일상의 살인』 이다.
독립출판물 『공포의 미하악』에서 공포영화를 일러스트로 재밌게 표현하여 색다른 연출을 보여주었던 우세계가 이번엔 일상의 행동을 살인에 비유하는 재미난 시각을 선보였다. 『일상의 살인』은 일상에서 사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을 살인에 비유해 글과 그림으로 묘사한다.
‘ㄱ’부터 ‘ㅎ’까지 우리가 사물을 죽이는 과정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다. 섬뜩하고 잔인한 서술을 읽을 때는 영락없이 끔찍한 살인 과정인데, 다음 장을 넘겨보면 귤껍질을 까는 손이나 치약을 짜는 손을 그린 그림이 나타난다. 혼자 무서운 상상을 이어나가다 그 실체를 보는 순간 ‘에이 뭐야 겨우 이거였어?’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겨우 이런 일이 이렇게 끔찍하게 묘사될 수도 있다니!’라는 탄성이 나왔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잔혹한 묘사를 넘기면 한없이 일상적이고 별것 아닌 순간의 그림이 등장하여 잔인과 순수의 양면성이 느껴진다. 가볍게 보면 한없이 가볍고 무겁게 보면 또 한없이 무거울 수 있겠다.
칼질이 점점 더 능숙해질수록 죄책감과 미안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속도가 빨라지고 뒤처리도 이젠 깔끔하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비엔나 소시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치약을 짜거나 사과를 깎거나 심지어는 택배 상자를 뜯는 일마저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진다. 별것 아닌 일상이 달리 보이고, 아무렇지 않은 행동이 문득 섬뜩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일상에 숨어있는 께름칙한 순간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