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다정한 응원으로 그린 젊은 날의 초상,
소설가 황유미

에디터 김선주
사진 조성현

황유미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독립출판물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필한 첫 소설집 『피구왕 서영』은 집단에서 생기는 불편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표현해 많은 공감을 얻으며 독립서점가를 뜨겁게 달구었고, 결국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까지 기록했다. 첫 책으로 이미 독립출판계에서 ‘믿고 보는 작가’ 타이틀을 얻은 황유미 작가가 1년도 되지 않아 한층 더 넓고 성숙해진 소설집 『오늘도 세계평화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이하 『오늘도 세계평화』)로 다시 찾아왔다. 작가는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들의 젊은 날을 응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힙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삶에 허덕이고, 자유롭고 살고 싶은 욕망을 가슴속에 가둔 채 재미없고 지루한 일을 참아내고, 남들에 비해 더뎌 보이기만 하는 자신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이들의 세계가 부디 평화롭기를 바라며.

전작 『피구왕 서영』은 독립출판물로 시작해 단행본으로 출간됐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출판사와 함께 작업한 책이에요. 혼자 작업하시다가 출판사와 함께해보니 어떠셨나요?
독립출판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책임지기 때문에 자율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치 벽 보고 혼자 얘기하는 느낌이랄까요?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보니 독자를 상정하지 않은 자기중심적인 글을 쓰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개성 있는 출판물이 나올 수 있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출판 사와 함께 만들 때는 첫 번째 독자인 편집자님이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한 번 더 다듬어지다 보니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있다는 든든함이 있었죠. 한편으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저 혼자 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도 있었고요.

『피구왕 서영』 때는 브런치에 ‘나를 쓰게 만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뒷이야기를 풀어주셨는데, 이번 책 『오늘도 세계평화』를 쓰게 만든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작가의 말에 “친구들을 위해 썼다”라고 썼는데, 주변에 사회생활하는 친구나 취업 준비생, 계약직을 전전하거나 아르바이트하면서 정규직을 준비하는 동생들과 만나보면 다들 사회적 위치에 대해 고민이 참 많아요. 요즘 20~30대가 고민하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더라고요. 비슷한 또래로서 당장 제 고민이기도 해 자연스럽게 쓰게 됐죠.

소설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취업을 걱정하고 부적응을 반복하며 미래가 막막한 인물들로 그려져요「. 노힙스터존」에서는 이들을 “살아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혼합물에 가까웠다”고 묘사하기도 하고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소설을 쓸 때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정도로 상정했어요. 거기에 속한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을 보며 느낀 ‘밀레니얼’은 경계에 있는 세대인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 진로를 선택해야 하고, 회사에 다니는 경우라면 이 회사에 계속 남아 있을지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지 선택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가정을 이룰지말지 등 선택을 강요받는 시기잖아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점에서 불안정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죠.

작가님 소설에는 섬세하고 예민한 현실감각과 꿋꿋함이 자주 나타나요. 특별히 그런 지점들을 포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어떤 미묘한 감정이 포착되면, 그리고 특히 그게 불편한 감정일 때 잘 잊지 못하고 남아있는 편이에요. 특별히 관심 있게 보거나 기억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안 잊혀서 소설 쓸 때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꿋꿋한 것은 제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해요.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은데, 그런 일에 상처받거나 힘든 순간을 겪어도 그 안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꿋꿋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제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해요.(웃음) 그게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성격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고 싶지 않은 성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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