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세르지와 니르바나의 해양 모험 일지

에디터. 지은경
자료제공. 세르지 로드리게즈 바솔리

1949년에 제작된 갈리시아Galicia 전통 목조 보트 한 대가 바르셀로나 해안가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 이 보트는 몇 해 전 바다 환경을 조사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약 모험을 떠난 카탈루냐 청년 세르지 로드리게즈 바솔리Sergi Rodríguez Basolí의 것이다. 세르지는 지금도 이 배에서 고래 관찰과 보호, 지속가능한 해양 환경 만들기 캠페인과 같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세르지의 삶은 언제나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바다를 사랑했고 바닷속에 뛰어드는 일, 오랜 시간 항해하는 일을 좋아했다. 재생에너지 엔지니어 일을 시작하면서 인간이 바다에 가하는 억압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그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지속되는 환경 파괴 문제를 재고하고 해양 보호와 생물 다양성 재생에 기여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한 것이다. 가진 거라곤 카약 한 대뿐이었다. 그는 간단한 짐과 함께 카약 위에 올라 수천 마일에 달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2011년 이베리아반도 단독 일주를 완료했다. 2년 후 코르시카, 사르데냐, 시칠리아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와 바르셀로나 칼라브리아 사이의 해안을 따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항해했고, 뒤이어 포르투갈, 프랑스, 모나코와 몰타의 해안을 지났다. 그가 바다에서 보낸 시간은 이제 자그마치 12년이다.
2014년 모험 중에는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를 사르데냐의 알게로 거리에서 만났다. 세르지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먹을 것을 조금 나누어 주었다. 이후 강아지는 세르지를 졸졸 따라다녔고, 결국은 구명조끼를 입고 세르지의 카약 위에까지 올랐다. 파도에 흔들리는 카약 위에서도 녀석은 침착하게 중심을 잡았다. 이러한 스릴을 오히려 조용히 즐기는 듯 보였다. 세르지는 즉시 그 강아지를 입양하고, 불교의 ‘열반’을 뜻하는 ‘니르바나Nirvan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제 이 둘은 어디든 함께한다. 생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세르지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둘의 여정을 주기적으로 소개했다. 해양 환경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카약 여행 이야기도 특별하지만, 그 험한 여행 중 만난 강아지 니르바나에게 특히 많은 관심이 쏠렸다. 여행 후 세르지는 온갖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고, 이어 해양생물 보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캠페인과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2019년 어느 날, 갈리시아에서 항해 연습을 하던 중 그는 페롤Ferrol 항구에 정박해 있던 전통 목조 보트 한 대를 보게 된다. 일순간 그는 사랑에 빠졌다. ‘리아 드 페롤Ría de Ferro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보트는 리아스 상류에서 물품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 보트의 주인은 1949년에 만들어진 이 보트를 1980년대에 구입해 복원하고 자신의 아들처럼 극진히 돌보았다. 세르지는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보트를 팔지 않겠냐며 주인을 설득했다. 결국 주인은 새로운 세대에게 보트의 지휘봉을 물려주었다. 굉장히 아끼던 보트였지만, 그 생의 마지막 미션이 해양문화유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에 기뻐했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 세르지는 기본적인 보트 수리를 마친 후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때까지 이베리아반도를 일주하며 수많은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마르 아 라 비스타 MAR A LA VISTA’라는 팀을 설립했다. 고래를 비롯한 수많은 해양 동물들을 관찰하고 보호하며, 천연자원에 대한 존중과 인식 개선 활동을 하는 팀이다. 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르지는 전통적인 항해 기술 교육이나 해양생물 다양성 보호 교육을 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해양 레저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는 수익은 해양동물 보호를 위해 사용한다.
마르 아 라 비스타의 활동 중 하나는 멸종 위기에 놓인 긴수염고래 보호 활동이다. 긴수염고래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크고, 지중해에서는 가장 큰 동물이다. 하지만 긴수염고래가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그들의 이동 경로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인간의 해역과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마르 아 라 비스타는 이러한 현실을 바르셀로나 커뮤니티에 전달해, 엄격한 보호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긴수염 고래와 해양동물들을 근거리에서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바다생물과의 교감 경험을 통해 이 경이로운 생명체들의 귀중함을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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