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August, 2016

사랑해요, 일론

Editor. 신사랑

타임머신이 있다면 설사 핵 종말이 올 미래일지라도 과거보단 오직 미래로만 가고 싶다.
기술이 인류를 구할 것이라고 매우 강렬히 믿는 전형적 ‘테크노유토피안’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읽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지음
김영사

미국인은 머스크 덕택에 1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고속도로, 즉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충전소 수천 군데가 있고 전기 자동차가 오가는 교통 체계를 갖춘 세상을 그릴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스페이스 엑스는 사람들과 물건을 실은 로켓을 수십 군데의 주거지로 쏘아 올려 화성으로 이주할 준비를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은 그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기 어렵지만 머스크에게 충분히 시간을 준다면 반드시 일어날 현상으로 보인다. 전 아내인 저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일론은 스스로 원하는 일을 치열하게 실행합니다. 그것이 일론의 세계이고 우리는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본문 중

평소에 많이 읽는 책 장르에 전기나 자서전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읽은 것들을 꼽아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인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미국 코미디언 겸 작가인 티나 페이의 『보시팬츠』 그리고 영국 방송인 스티븐 프라이의 3권의 걸친 자서전 정도가 전부다. 세 가지 모두, 매우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읽은 것이었다. 그러나 읽고 나서 원하는 것을 얻었다거나 만족스러운 느낌은 없어 더더욱 자서전 및 전기 장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나왔을 때 처음 두 달 정도는 장바구니에만 넣어놓고 계속 망설였다. 하지만 워낙 좋아하고 동경하는 인물의 책이었기에 결국은 구매해서 읽었고, 나의 걱정과는 달리 한숨에 다 읽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정보가 쏠쏠한 책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현재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엑스SpaceX와 전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대표다. 그리고 이 마흔세 살의 실리콘밸리의 거물은 미국 최대 규모 태양열 에너지 설치 회사인 솔라시티SolarCity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남아공 출신으로 열일곱 살에 캐나다로 넘어와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후 온타리오의 퀸스 대학에 입학했고, 곧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편입해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실리콘밸리에 입성해, 회사를 만들고 팔기를 반복했고, 현재 자산이 14조 원이 넘는 이 시대 최고의 비즈니스맨이자 혁신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성공기는 그리 간단하고 일직선적이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반스는 머스크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머스크의 조부와 어머니의에대한 이야기를 통해 머스크라는 인간의 배경을 성립하고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경력(반스는 경제잡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 테크놀로지 부문 기자였다)을 토대로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모터스의 창업 및 발전기를 충실히 설명해 ‘테크 산업’ 정보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실리콘밸리에 생긴 빈자리를 채울 단 하나의 사람으로 손꼽히는 일론 머스크. 그의 전기 역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만큼 읽는 이들에게 ‘천재 독불장군’의 삶을 들여다보는 쾌감을 준다. 아이작슨의 잡스 전기가 잡스의 천재성 뒤에 숨겨진 인간적 성격 결함을 세세히 보여주어 테크노 유토피안 판타지의 전형적 캐릭터를 충실히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듯이, 애슐리 반스의 일론 머스크 전기 또한 자기 손으로 인류의 역사를 바꾸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천재 영웅의 독단적 일상이 매우 자세히 소개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중립적으로 쓰인 이야기는 아니다.
포괄적이고 객관적인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가 얼마나 머스크에 푹 빠져 그의 시각과 자신의 것을 동일시하는지 느껴질 정도로 머스크를 대변한다. 그리고 반스는 머스크의 개인적 성격 결함과 독단적 행동들을 머스크의 업적에 비교해 반복적으로 정당화시킨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머스크의 요구 또는 어떠한 압력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반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끈질기게 머스크의 승인을 요청했고, 오랜 기간 거절하던 머스크는 결국 인터뷰와 협조를 허락했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인정하진 않았다.) 이 책이 머스크에 대한 찬양으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끝없는 관찰과 연구를 하다 그 대상에 심취해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점은 머스크를 열애하는 팬으로서 오히려 즐거움이자 신나는 경험이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마음껏 동경하는 이의 마음과 시각을 들여다보며 나 역시도 그것에 심취되어 “그렇지, 그렇지!”라고 연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