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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피아 아이슬란드의 아날로그적 서점을 찾아서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책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아이슬란드는 국민의 10명 중 1명이 작가인 북토피아.”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이 아직도 지대한 사랑과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배 속에 자신만의 책을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슬란드인들은 책과 친하다. 인구대비 저술가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며 출판업과 서점업도 호황을 누린다고 했다. 독서 프로그램도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에 편성될 정도고, 가장 좋은 선물 목록 1위도 다름 아닌 책이다. 유네스코는 2011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세계문학 창작도시로 공식 지정했다. 그렇다고 책의 불황이 이 나라에 없느냐고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아이슬란드 전역에 분포해 있던 300여 개의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 아이슬란드는 많은 책방이 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독서량은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아마도 기나긴 북극의 밤을 함께 보낼 존재로 책만 한 친구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고립된 지형 탓일까? 아이슬란드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미지의 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할도르 락스네스라는 이름도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첨단 매체보다는 책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북토피아 아이슬란드의 알려지지 않은 아날로그적 삶을 한번 엿보자.

에하짐센 IÐA Zimsen
작은 북카페로, 레이캬비크 시내의 항구 근처에 있어 물 근처에서 책과 차를 평화롭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사람들은 바닷가를 산책하다 근처 쇼핑몰에서 다양한 북유럽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물건을 산 뒤, 이곳에 들러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차를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곤 한다. 이곳은 맛있는 일리 커피와 직접 구운 빵과 케이크, 그리고 세련된 주인장이 선택해놓은 책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한번 앉으면 절대 일어서고 싶지 않은 안락의자와 바닷가의 공기, 그리고 멋진 책 한 권이 당신을 몇 시간 혹은 온종일 이곳에 머물게 할 것이다.

Vesturgata 2a, Reykjavík
www.facebook.com/IdaZimsen
Photo © IÐA Zimsen

보킨 Bókin
‘책’이라는 뜻을 가진 보킨은 레이캬비크 시내 중심가 클랍파르스타거 가와 흐베르피스가타 가의 코너에 있는 서점이다. 이곳이 특별한 까닭은 독특한 주인장의 외모나 서점의 남다른 에피소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이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 남은 순수 골동책방이기 때문이다. 고서적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아이슬란드 여행 시 이곳은 꼭 방문해야 할 장소다. 1층은 각종 고서적으로 가득하지만, 2층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 책장들이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이슬란드의 고서적 문화가 소멸하기 시작한 이유 때문이다. 서점 주인은 아직도 헌책들을 모으고 있다. 언뜻 보기에 서점의 공간은 매우 작게 보이지만, 수많은 책이 기둥과 벽을 이루며 설치되어 있어 서점을 모두 둘러보게 되면 꽤 큰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서점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보물 냄새를 맡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서 깊은 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문학 작품 초판들과 아이슬란드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할도르 락스네스Halldor Laxness 초판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점은 덴마크어와 영어로 된 고서적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고대 노르웨이어로 쓰인 몇몇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인 보비 피셔Bobby Fischer는 이 서점을 자주 찾아와 체스를 두거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가 앉았던 자리가 서점에 그대로 남아 있다.

Klapparstíg 25-27, Reykjavík
www.bokin.is
Photo © Sirry Hjaltested

에이먼드손 서점 Eymundsson bookstores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북셀러 회사다. 아이슬란드 전역에 체인을 두고 있는 이 서점은 문학 서적들과 잡지, 그리고 외국 서적 등을 다량으로 구비해놓고 있다. 서점 분위기는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지식으로 숙련된 서점 직원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재빨리 찾아주며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는 책들과 잡지들을 추천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패션 잡지, 공예품, 여행 상품, 보드게임, 음반과 DVD, 사무용품과 기념품, 장난감, 작가들의 아트 상품 등 실로 다양한 책과 물건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아이슬란드 지역 신문을 포함한 1,000여 개가 넘는 전 세계의 신문을 이곳에서 프린트해 읽을 수 있는데, 이는 에이먼드손만의 특별한 서비스다. 아이슬란드 전역에는 에이먼드손 서점의 체인이 있는데, 그중 두 곳은 레이캬비크 중심가에 테 & 카피Te & Kaffi 체인과 함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나 식사를 즐기며 책구경을 하기에 매우 이상적인 공간으로 외부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텍스 리펀드 서비스까지 시작했다고 하니 아이슬란드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가볼 만한 명소다.

Austurstræti, Reykjavíkwww.eymundsson.is/Eymundsson/English
Photo © Eymundsson bookstores

말오그메닝 Mál og Menning
‘언어와 문화’라는 뜻의 말오그메닝은 레이캬비크 시내 중심가에 있는 5층짜리 서점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 중 한 곳으로 아이슬란드어로 된 책을 주로 취급한다. 이 서점의 크기 탓일까? 이곳은 책 애호가들을 몇 시간씩이나 붙들어놓는다. 말오그메닝은 한 문화재단에 의해 출판사와 서점으로 1940년에 문을 열었다. 포르베거 포르닥손Þórbergur Þórðarson, 스바바 야콥스도티Svava Jakobsdóttir, 요하네스 우르 코트림Jóhannes úr Kötlum 등 아이슬란드 출신의 유명 작가들의 책이 이곳에서 출판됐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리에게는 모두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의 작품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961년, 말오그메닝은 지금의 레이캬비크의 라우가베구르 쇼핑가로 이전했다. 현재 이 서점 건물은 아이슬란드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건물로, 아이슬란드의 대표 건축가 시그발디 소르닥손Sigvaldi Thordarson이 디자인했다. 이 서점의 주요 목적은 낮은 예산으로 많은 정보와 체제를 선전하는 문학작품을 출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서점의 좌파적 경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이 말오그메닝 회사가 소련연방에 속해 있다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점의 모회사의 정식 명칭은 러시아의 화폐를 상징하는 루블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련연방으로부터 설립 초기에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소련연방이 붕괴하자 이 루머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1992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말오그메닝은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어마어마한 액수의 투자를 소련 연방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한다. 말오그메닝은 1996년에 서점 건물의 맨 꼭대기층에 카페를 마련했다. 당시 카페가 생길 때만 해도 아이슬란드에서 북카페의 개념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는데, 현재 아이슬란드의 모든 서점은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된 책들만 판매하던 서점은 오늘날 서점 1층 한쪽에 엄선된 영어 문학 작품의 책들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서점의 각 층은 어린이 서적, 아이슬란드 문학, 선물용 상품 서적 등 다른 주제의 책들로 꾸며져 있다.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서점의 1층에서는 각종 문화 이벤트와 전시를 매 계절을 주기로 주최하고 있다.

Laugavegur 18, Reykjavík
www.bmm.is
Photo © Mál og Me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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