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밥과 시와 그리움을 짓는 작가 림태주

에디터:유대란 / 사진:김종우

SNS에 표류하는 물렁한 감성들, 더불어 쏟아져 나오는 여행, 감성, 청춘 산문집들에 코웃음 치고 있던 중 림태주를 알게 됐다. 그리고 감성이란 걸 다시 봤다. 노래하는 새의 부리를 꺾어버리고,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게 했던 나의 냉소를 반성했다. 림태주는 그런 작가다. 감성에 높은 담을 치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을 스르르 허물고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문득 손편지를 서걱서걱 쓰고 싶게 하고, 그의 글에서 한 줄 인용하고픈, 그런 사람이다. 우리에게 감성시대를 돌려준 ‘오빠’ 같은 림태주 작가를 만났다.
‘자뻑마왕’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을 갖고 계시지요. ‘림빠’라고 하는 팬들도 등장했습니다. 작가님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걸까요? 작가님의 글이 독자들의 어떤 가려운 데를 긁어준 것일까요?
-저는 SNS로 등단한 작가잖아요. 페이스북을 3, 4년 했고 3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까지 포진된 사람들과 주로 교류하고 있어요. 그중 주축은 40대라 그들의 생활상과 심리적인 흐름을 눈여겨봤는데, 목마름이 있어요. 지적인 소양에 대한 갈급함이죠. 애들은 거의 다 컸고, 가족 뒷바라지하다가 책 한 줄 못 읽고, 이제 자신을 찾고 싶어하는 거죠. 또 다른 것은 감성적인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일깨우고 싶은 욕망을 제 글이 많이 건드린 거죠. 그분들에게는 시가 필요한데 그동안 접해보질 못한 거죠. 책을 한 권 읽는 건 부담스럽지만, SNS는 달라요. 짧지만 그때그때 자기한테 와 닿거든요. 그 사람들이 SNS에서 글을 읽고, 표현도 공부하려고 하고, 공감하는 게 느껴져요. “저도 생각했던 건데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군요, 제 마음 같은 분들이 있네요. 나만 외롭고, 그리워하지는 않았군요” 하면서 동정과 연민을 깨치는 거죠. 글을 자꾸 접하면 무뎌졌던 감성들이 순화되면서 섬세해져요.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조금씩 다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지난 2년간 동고동락해 온 600명의 팬클럽 회원들을 지켜보니까, 글들이 초기랑 많이 달라졌어요. 어느 새 테크닉이 좋아지고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제가 계속 이야기하거든요. “당신이 못 쓰는 것은 테크닉이 없어서가 아니다. 당신 안의 이야기가 있는데 끄집어내기 두려워서다. 자꾸 끄집어내라”고요. 그래서 ‘자뻑’ 이야기도 자꾸 하는 겁니다.
작가님에게 ‘자뻑’은 어떤 건가요?
-자존감과는 좀 다른 건데, 저는 그걸 자기애,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은 뭔가 표현했을 때 남들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혹은 과거사를 드러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파라고 욕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고 남의 글만 자꾸 봐요. ‘노자가 이런 말 했어요. 니체가 이런 말 했어요’라고 남의 말을 해요. 그럼 뭔가 있어 보이는데 자기 얘기는 아닌 거죠. 전 그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당신 이야기를 해라, 노자가 했던 이야기 말고. 인용하라고 있는 게 고전이 아니다. 천년 전에 쓰인 텍스트는 영원히 남의 거다. 뭐하러 인용하냐. 지금 우리 삶이 있는데. 읽고 녹여서 당신의 철학으로 삼고 당신의 이야기를 뱉어라”라고 저는 이야기해요. 그게 ‘자뻑’의 핵심이에요.

신파를 언급하셨는데, 신파가 낭만이 될 수 있을까요?
-소위 신파라고 하는 말에는 식상함이라는 게 들어 있어요. 구질구질한, 누구나 아는, 처량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파는 사실 가장 울림이 큰 이야기들이거든요. 누구나 신파적인 삶을 살아요. 감출 필요가 없죠. 대신 신파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죠.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왔던 민중자서전이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가 살아온 역사를 구술한 거예요. 그런 걸 신파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고. 저는 어떤 개념에 그런 부정적인, 외피를 씌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따져보면 인생 자체가 신파예요. 거기엔 낭만도 들어 있고, 펼치지 못한 욕망, 꿈과 고행이 들어 있어요. 그 속에 진한 페이소스, 노스탤지어가 있어요. 그런 걸 하나하나 끄집어 내서 써내면 자기의 역사가 되고 일생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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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그리움』에 나오는 ‘니미’와 ‘이여’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고, 아련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허구의 인물들인가요?
- 제가 만든 캐릭터들이죠. ‘이여’는 제 분신입니다. 젊은 오빠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은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오빠들은 능글맞기만 하고 잇속만 차리는 이미지예요. ‘성적인 오빠’ ‘나쁜 남자’ ‘마초’만 부각되고 있어요. 옛날 오빠들은 멋부림도 했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빠들은 어때야 한다는. 자기 공부도 하고, 철학도 갖고, 정의감에 불타고, 사회참여도 하고, 순수한 ・엉뚱한 짓을 하지만 책임감 있게 하고, 뭇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차지하고. 이런 오빠의 이미지를 다시 복구해보면 진정한 오빠의 상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오빠가 돌아왔다’편을 썼어요. 그런 오빠들이 다시 세상에 나와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여’라는 순수한 오빠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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