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바다의 삶

에디터 : 박중현 김선주 박주연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을 품은 채 살아간다. 바다 역시 그러한 인간의 상상력과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역 중 하나다. 과연 우리는 바다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구를 ‘푸른 별’이라 할 만큼 바다는 지구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아는 바다는 전체의 3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바다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다. 바다가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매력을 주는 까닭은 그 넓이와 깊이만큼 수많은 비밀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이달의 토픽」에서는 40억 년의 역사를 지닌 바다로 탐험을 떠나보려 한다. 바다의 기원부터 바다를 둘러싼 인류의 역사, 그리고 신비한 심해 세계까지 함께 만나보자.

생명의 근원, 바다의 탄생
바다가 생겨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5~40억 년 전의 일이다. 지구가 생겨남과 거의 동시에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다의 탄생에 관한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구 내부의 수증기와 가스 분출 때문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빅뱅으로 우주가 자라나고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때 지구는 우주에 떠다니는 암석 덩어리들의 집합체에 불과했다. 이 암석 덩어리에 소행성이나 다른 암석들이 부딪치고 합쳐지면서 지구는 점점 질량을 키워나갔고, 밀도와 함께 높아진 내부 압력은 암석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을 내뿜었다. 이윽고 지구 내부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 가스는 거대한 구름층을 만들며 지구의 상공을 빼곡하게 덮어나갔고, 마침내 더 이상 기체를 지구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구 밖에서 날아들던 혜성도 점차 잦아들었다. 지구의 지각이 안정되면서 암석을 녹이던 뜨거운 열기도 서서히 내려갔다. 그리고 드디어 위대한 순간이 펼쳐졌다. 거대한 구름층에 가득 모인 수증기가 식으면서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섭씨 300도가 넘는 뜨거운 비였다. 이 비는 지표면에서 증발해 수증기가 되어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내렸다. 이 과정이 수백만 년 동안 계속 되풀이되는 동안 지구는 점점 안정을 찾았고, 이렇게 내린 비가 모여 지금의 바다를 이루게 된 것이다.

미지의 바다사
그간 주로 육지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인류의 역사. 육지에서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역사가 터전을 바탕으로 이어나간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푸른 별’로 불릴 만큼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바다는 여전히 상당 부분 미지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1990년 초 열린 미국 의회 예산청문회에서 해양학자 로버트 발라드 박사는 “달의 표면에 대해 아는 지식이 미국 동해 해저지형에 대한 지식보다 더 많다”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멀리 갈 것 없이 오늘날 대부분의 인간도 바다에 대해 알고 경험하는 것이라곤 휴가 때 여행지로서 극히 일부 지역
의 연안뿐이다. 언뜻 잘 알기 어려운 바다와 맺은 인간의 이야기, 실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지 조금 들여다볼까?

심해세계의 생명들
물의 행성이라 불리는 지구.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표면에 액체, 즉 바다로 덮여 있는 행성으로 그 범위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이는 표면적에서 육지보다 약 2.3배나 더 넓은 것으로, 생물이 살고 있는 심해까지 생활공간을 확장한다면 바다는 육지보다 약300배나 더 넓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태계인 바다. 인체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것을 생각해보면 지구와 인간은 닮아 있다는 점이 신비롭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간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 지구도 바다가 없었다면 화성이나 금성처럼 변해버려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의 생물들을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4억 년 이전의 생물은 대부분 바다 생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고생물학적 사실에 근거할 때 생명은 바다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익히 바다를 ‘생명의 고향’으로 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간 역시 바다의 식물플랑크톤이나 대형 해조류가 만들어내는 산소로도 숨을 쉬며 살고 있으니 바다 없이 생존하기 힘든 자연 생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바다에는 인간의 식량 자원이 되는 다양한 천해shallow sea의 식물과 물고기들이 서식하는가 하면, 지구생물의 상식인 광합성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기이한 심해의 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March20_Topic_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