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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물질 중심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Editor. 지은경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모자란 물욕을 끊어보고자 지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제는 어지간한 물건 욕심은 사라졌지만 아직 책에 관한 충동구매욕과는 타협이 안 되고 있는 상태다.

『물욕 없는 세계』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항해

오늘날 중국인의 왕성한 소비욕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를 통해,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을 가득 채우는 중국 쇼핑객들을 통해, 또 서울 시내 곳곳에 불법 정차한 대형 관광버스들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막대한 돈을 쏟아내는 고객 앞에 그 어떤 장사도 없는지라 모두가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명품 브랜드가 빨간색과 금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겨냥한 상품을 디자인한다. 식물성보다는 동물성 원료의 화장품을 선호한다는 중국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우리나라 몇몇 화장품 업체들은 자연주의 브랜드의 탈을 쓰고 동물성 원료를 서슴없이 사용한다. 인터넷의 보급은 막대한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세계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과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해진 세상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국인 취향만을 고려한 제품이 쏟아진다면 정체성을 유지하던 소위 명품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어디를 가든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 세계인들 역시 수많은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소품종 다량 생산의 시대를 살아왔다. 국내는 물론 외국 어느 곳에서나 마음만 먹으면 크기와 색상이 똑같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대량 생산의 여파는 막대한 소비로 인한 쓰레기, 운송으로 인한 공해, 점점 더 간극이 커지는 불평등과 성별 양극화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낳았다. 그리고 원래 1929년 유년기 아이의 인격을 결정짓는 행동거지의 정의로 심리학자인 아들러가 처음 사용한 단어 ‘라이프 스타일’은 현재 생활 속 곳곳은 물론 소비문화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온갖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들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이 단어가 사람들에게 쉽게 널리 각인된 까닭은 달리 말해 어떤 소비문화를 향유해야 하는지 의문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의 본심이 이러한 표현을 포장 삼아 더 많은 물건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려는 술수이며, 여과없이 공유된 소비문화에 대한 부작용을 은폐하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의 추구란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최근 들어 탄생한 라이프 스타일 잡지들을 돌아볼 수 있다. 이들은 낡은 것의 아름다움, 즉 이야기를 가진 금욕주의의 삶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들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긴 하다.) 남이 가진 것을 자신도 갖기를 원하는 삶에서 점차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 사연을 가진 물건을 원하는 세태를 만난다. 이제는 상품이 아닌 이야기를 팔고 커뮤니티를 판매한다. 예전에는 ‘꼼므데꺄르송’ 스타일, ‘아르마니’ 스타일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커뮤니티를 하나의 스타일로 대변한다. 모즈 스타일, 힙스터, 스트리트 패션 등 자신이 속한 그룹(그것이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으로 정의 내리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브랜드도 고객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 어떤 취향의 사람들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상술로 작용했던 라이프스타일의 시대에서 곧 실질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추구로 탈바꿈한 오늘, 즉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한 우리 모습을 살펴보자.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맥주보다 작은 바에서 혹은 개인이 소량으로 만든 수제 맥주를 선호하고, 아직 대형마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말마다 도시농부 시장에 예쁜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 유기농 혹은 자연재배 농법으로 키운 채소를 구입한다. 자연재배 농법으로 탄생한 내추럴 와인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국적 재료보다는 지역 재배상품의 호응도가 크며, 영리한 방법으로 재활용한 상품들의 인기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끝없이 럭셔리 명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럭셔리 이탈’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방식은 어떤 결론을 찾을 것인가? 물건을 고를 때 어느 지역 생산품인지를 유심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부를 누리던 기업들은 곧 새로운 지평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슬기로운 생활의 한 방식으로 공유 사회를 예로 들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셰어 하우스, 카셰어링, 육아의 공유 등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언제든 누릴 수 있지만 소유하지는 않는 생활방식이다. 물건 중심의 경제에서 기존 자원을 활용하며 가능한 물건을 공유하는, 소유보다는 행위와 서비스, 지식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삶을 누리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책은 마지막에서 언제나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았던 물음, “과연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주체할 수 없는 성장의 시대에서 탈성장의 시대로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소비의 환상이 깨진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들을 명확히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