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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7

물고기의 마음

Editor. 지은경

농사에 관한 작은 잡지를 만들며 만났던 농부들을 보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것을 내려놓을 마음도 없는, 즉 이도저도 아닌 경계선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것 같아 심장이 자주 벌렁거린다.

『물고기는 알고있다』 조너선 밸컴 지음
에이도스

초등학생 시절 교실마다 커다란 어항이 있었다. 환경미화 활동의 일환으로 화려한 화분들과 금붕어들을 가득 키우며 학급들은 저마다 경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나 그 누구도 금붕어를 제대로 키워 본 경험이 있다거나 키우는 법에 관해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불쌍한 금붕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때는 금붕어가 불쌍하다고 여긴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 온 금붕어, 어떤 비명도 없이 조용히 물 위에 떠오르면 그날의 청소 당번이 어항에서 건져 화장실 변기에 버리곤 했다. 중학생 때 붕어 해부 시간도 떠오른다. 커다란 물고기의 배를 수술용 칼이나 나이프로 쩍 가르면 붕어는 입을 쩍 벌리며 온몸을 팔딱거렸다. 붕어는 고통의 고함 한번 치지 못하고 그렇게 학교 과학실의 테이블 위에서 온 내장이 파헤쳐지고 난도질 된 채 죽어갔다. 몇몇 학생은 아직도 헐떡거리는 붕어의 심장을 쿡쿡 찌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내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거니 하며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동물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단백질을 생선과 해산물을 통해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내 경우다. 우리가 이대로 생선 사냥을 하다가는 50년도 안 되어 바닷속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선을 쉽게 끊지 못한다. 고통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는 물고기들의 습성 때문인지 학대받는 개와 고양이에 대해서는 불쌍한 마음을 갖지만 아직 물고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초저녁 고향 방문 프로그램에서는 수다스러운 리포터들이 곧잘 어부들과 함께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리곤 갓 잡은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살점을 떼어내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쑤셔 넣는다. 아마 수백 번도 더 나왔을 장면이다. 그 바로 옆에 고통에 몸을 떠는 물고기가 보여도 그 누구 하나 물고기의 고통에 대해, 그리고 입을 쩍쩍 벌려대며 아우성치는 리포터의 경박스러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맛있고 즐거우면 그 뿐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읽고 보니 세상 살기가 더 각박하고 불편해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학 박사인 조너선 밸컴은 물고기도 고통과 감정을 느끼며 의사소통을 하고, 심지어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을 만큼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고기들은 생존을 위해 사회생활을 하며 청각과 미각, 후각, 그리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까지 하는 전기수용과 촉각, 내비게이션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공포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쾌감을 느낄 줄 알며 놀이를 하기도 한다. 학습 능력과 도구 사용 능력도 있으며 물고기 각자의 성격에 따라 양육의 패턴도 인간만큼 다양하다. 지은이는 이 모든 이론을 획기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물고기가 인간과 그리 멀지 않은 사촌 격의 생물임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물고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지구상의 척추 동물 중 60%를 차지하는 생명체인 물고기들은 마땅히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는 물고기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책의 어디쯤엔가 참치를 먹는 행위는 육상의 호랑이를 먹는 행위와 같다고 말한 페이지가 있다. 먹이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바닷속 최고의 포식자 참치는 인간에 의해 무지막지하게 학살되고 있는 멸종 위기의 동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인류는 언제나 그래왔듯 불편한 진실에는 눈을 감는다. 사라져가는 참치 문제로 참치 캔과 참치 회를 포기하기에는 그들은 너무도 맛있으며, 녹아가는 빙하 사이에서 생사를 다투는 북극곰의 처절함보다도 멀고도 먼 문제일 테니까.
지은이의 말처럼 물고기들도 마음을 가진 생명체라면 그들은 인간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