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문화해방주의의 아이콘, 장정일의 『독서일기』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유시민은 『표현의 기술』에서 책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추천했다. 어, 그런데 ‘장정일?’ 그 장정일? 그렇다. 장선우 감독의 1999년 영화 <거짓말>의 원작자 장정일이다. SM 플레이를 파격적 수위로 다룬 <거짓말>은 세 번의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1990년대 최고의 문제작이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바티칸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1996년 출간된 후 금서로 지정되어 책을 출간한 김영사는 책을 자진 수거했고, 이듬해 작가는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중고시장에서 원작 소설을 찾아봤지만 좀처럼 구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사건과 함께 1990년대 대표적 필화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장정일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아담이 눈뜰 때>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 말은 유난히 ‘예술 대 외설’ 논란이 잦은 시기였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노랑머리>가 갖은 논란 덕에 예상을 훨씬 웃도는 흥행을 기록했고, 같은 해 출간된 배우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외설 논란과 상업주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5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도 1999년에 개봉했다. <해피엔드> <구멍> <삼양동정육점>도 1999년 작이다. 16년이 지난 지금은 성이 파격적인 ‘셀링포인트’도 아니고, 성담론이 표현의 자유 경계를 실험할 수 있는 장도 아니지만, 당시는 그랬다. 성은 삶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사회의 위악을 폭로하고 구조적 모순에 흠집을 낼 무기 같은 파급력을 지녔다. 성담론에 그런 힘을 부여한 건 역설적이게도 그런 변화를 열렬히 저지하려던 사회적 통념이었다. 그런 1990년대에 문화적 해방을 꿈꾸던 수많은 ‘장정일 키드’들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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