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모든 단서는 ‘질문’에 있다
칼럼니스트 곽정은

에디터: 유대란, 사진 김종우, 장소협찬 이도다이닝

금요일 밤 술자리를 마다하고 ‘마녀사냥’을 챙겨본 건 순전히 곽정은 때문이었다. 여성 출연자의 역할을 한정된 범위에서만 요구하고 소비하는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이었다. 그로 인해 간혹 논쟁의 대상이 되었을 땐 혹시 이제 그의 솔직한 발언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든 적도 있지만, 물론 기우였다.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듣기 좋은 말, 소비하기 좋은 말만 했다면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을 이름이었다. 지난 3월 세 번째 책을 출간한 후, 다음 책을 준비 중인 그를 만나 근황을 물었다.

Chaeg: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강연자, 저자로 활동 중이신데,결국 ‘소통’과 ‘글쓰기’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후에 글쓰기에 어떤 변화나 제약 같은 것이 생겼는지요? 혹시 소신과 흥행 사이에서 고민하신 적은 없는지
예전엔 매체에 소속된 기자로서 매체의 색깔이나 논지에 맞는 기사만 쓸 수 있었지만, 방송 활동을 한 뒤부터는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열리게 되었어요.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고 책을 내는 것도 수월해졌으니까요. 양적인 면에서는 그렇지만 심리적인 제약은 있어요. ‘곽정은은 이런 책을 낼 거야’ ‘이런 글을 쓸 거야’ ‘이런 생각하는 여자 아니야?’ 등 많은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잖아요. 그런 걸 제약으로 느끼진 않지만, 적어도 실망을 주는 글쓰기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유명세의 이점이나 파급력에 대해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어요. 방송하기 전부터 소신 있게, 그게 아니면 안 되는 글을 써왔던 기간이 훨씬 길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인기를 얻지 못해도 혹은 욕을 먹더라도, 쓰고 싶은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해요. 사실 방송이나 글을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호불호가 많이 갈렸고 말도 많았죠. 저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건 흥행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죠. ‘할 말은 다 하고 죽자’ 주의에요.(웃음) 저는 저 자신을 그렇게 규정하고 있어요.

Chaeg: 언급하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무엇인지요?
SNS, 강연 같은 무형의 채널들이죠. 책도 중요한 플랫폼이고요. 글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웹페이지를 통해 소비되는 짤막한 글이나, 몇천 번 리트윗되지만 휘발하는 글이 아니라, 정리할 수 있는 대로 정리해서 묵직한 것을 내놓는 책 작업밖에 믿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이 가지는 플랫폼으로서의 무게감은 어떤 매체보다 소중해요. 온전한 제 메시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쓰고 싶어요. 요즘 말을 아끼는 이유가 아껴두었다가 책으로 내고 싶어서예요.

Chaeg: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에 실린 연애 고민을 출판사에서 공모해서 100여 편을 선정하셨다고요. 총 몇 편이나 왔고, 선정 과정에서 어떤 기준에 무게를 두셨는지요?
몇백 편이 왔는데 최종적으로 추려서 반 정도를 실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준이 있었다면 하나의 고민 속에 모든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남들과 나의 고민이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원래 사랑은 힘든 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선정했어요. 거기에 소소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고요. 대단한 철학서나, 연구 결과를 들이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독자가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문제 안에 답이 있다는 걸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저도 연애를 하고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데 답은 멀리 간다고, 어려운 책을 읽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Chaeg:문제에 답이 있다고 하신 것처럼, 질문만 보고도 질문자의 상황을 읽어내시는 듯했어요.
저는 이런 형태의 글쓰기에 훈련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코스모폴리탄』에서 기사를 쓸 때, 독자가 ‘살이 안 빠지는데 어떡하죠?’ ‘남자 친구가 안 생기는데 어떡하죠?’라는 질문을 보내오면 그 짤막한 글에서 최대한 많은 단서를 끌어내야 했죠. 이런 독해력이 자연스럽게 특화된 것 같아요.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한 번쯤 이런 Q&A 형태의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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