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Science 책 속 이야기 과학

마을 공동체 아사락 Assarag

에디터: 지은경 / 사진: 바르트 드센 © Bart Deseyn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모로코는 대서양의 검푸른 물결과 끝없는 사하라사막, 그리고 가파른 아틀라스산맥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마라케시의 분주한 시장을 걷고 카사블랑카의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선술집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모로코를 여행해야 할 이유이지만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모로코의 진짜 주인인 베르베르족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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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의 낯선 만남들

초겨울 냄새가 불어오는 프랑스 파리에서 모로코행 비행기를 탔다. 잔뜩 흐린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의 하늘을 벗어나 북대서양으로 들어서자 강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갈색의 땅덩이가 저만치 눈에 들어온다. 인류의 탄생지이자 수많은 사연이 얽혀 있는 아프리카. 마라케시 공항에 도착하니 건조하고 더운 바람이 환영 인사를 건넨다. 공항 입구에는 커다랗고 까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줄지어 서 있다. 그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내들은 모로코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이 사는 마을까지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이다. 그들은 행선지가 같은 여행자 대여섯 명을 모아 차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실어 나른다. 낯선 사람들과 눈인사를 건네며 차에 올라탔다. 젊은 프랑스 부부가 우리의 또 다른 일행이었다. 차 안에서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갓 결혼한 신혼부부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로 달리기 시작,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마라케시 중심가. 하지만 그 모습도 잠깐,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모로코 특유의 메마른 초록빛을 띤 올리브 나무들이 듬성듬성 언덕을 메운 풍경이 이어진다.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에 들어서자 아라비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라도 하듯 차가 덩실거리며 뿌연 먼지를 창문 가득 일으킨다. 붉은 산길이 계속되다 어느 새 곱고 마른 흙으로 뒤덮인 평원. 창 밖 풍경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긴 여정의 피곤함을 달랜다. 두 시간쯤 지나니 차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오르막길로 접어들며 드넓은 모로코의 산새들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쯤,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10분간의 휴식. 도로의 한쪽은 가파른 낭떠러지로 야자수와 이름 모를 거친 나무들과 선인장들이 무성하고 눈앞엔 아틀라스산맥의 넓은 산등성이가 펼쳐져 있다. 도로 한쪽에서 커피와 물, 머리가 깨질 정도로 달고 기름진 모로코 과자들을 파는 여자들이 눈에 띈다. 이 마을에 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달콤한 민트차를 마셨다. 그 사이 차 안에서 어색한 침묵을 이어오던 일행들과 통성명이 끝났다. 벤츠 운전기사는 동양에서 온 나를 가젤이라고 불렀다. 아랍어로 아가씨라는 뜻이다. 다시 차에 올랐을 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프랑스 남부 사투리를 쓴다는 둥, 내게 불어를 어디서 배웠냐는 둥, 이 지역의 주민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 여러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아틀라스 산등성이를 넘어서니 드디어 베르베르족의 마을 우아르 자자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공항에서처럼 마을 입구에 사륜구동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다. 벤츠 기사와 작별하고 우리는 사륜구동 택시로 모든 짐을 옮겨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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