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y, 2018

되도록 햇볕이 드는 곳에서

Editor. 김지영

『책, 고양이, 오후』 전지영 지음
예담 출판사

나는 매일같이 학교, 회사, 카페, 영화관 등 목적지를 정하고 집을 나선다. 그러다 멈칫한다. ‘나는 언제 쉬지?’ 혼자가 싫어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약속을 정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만 그것마저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 거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집에서 나와 근처 카페로 향하거나, 내 방 창가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책을 든다. 책은 소설이나 시집보다 에세이인 편이다. 누군가의 사는 얘기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최근에는 『책, 고양이, 오후』를 읽고 있다. 햇볕이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 책을 꺼내 든다. 총 200쪽이지만 카테고리가 10개로 나뉘어,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저자는 에세이와 더불어 자신의 삶을 바꾼 열 명의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 에세이당 한 작가를 소개하는데, 깊은 탐구보다는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로 다루기 때문에 작가나 작품을 모른다 해서 문제 될 건 전혀 없다. 삶은 대개 악착같은 것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지만 느린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작은 책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이다. 200쪽에 달하는 ‘삶’, 저자는 자신만의 고찰을 이 한 문장에 담았다. 나 역시 악착같이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악착같이 살겠지만, 문밖을 나서며 문득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면 ‘느린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느 날 갑자기 무료함이 찾아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책을 읽고 있는 공간이 버스라면 창가 자리였으면 하고, 집이라면 빛이 잘 드는 거실 소파였으면 한다. 되도록 햇볕이 드는 곳이길 바란다. 혼자여도 그렇게 따뜻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