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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당신의 문장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Editor. 유대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유유

매일 밤 SNS를 유영하며 세상에 똑똑한 사람, 남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확인하고 잠을 청해본다. 도리어 각성을 부추기는 문장들이 나타날 땐 낭패다. 미시적인 인간의 눈에 미시적인 부분이 거슬리는 법인지, 글 전체는 분명히 선한 의도와 훌륭한 논리를 갖췄지만 최적의 조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느껴지거나, 문장의 어떤 성분이 반복, 실종되거나, ‘번역체’를 답습한 듯한 인상을 풍기면 아쉬워한다. ‘문장이 더 명확했으면 10명에게 공유된 것이 한 257명쯤 되지 않았을까?’라며.
20년 넘게 교정교열 일을 한 저자가 방출하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불필요하게 ‘적’, ‘의’, ‘것’, ‘들’을 남발하는 습관, 어디에나 ‘~에 대한’, ‘~에 있어’를 갖다 붙이는 등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문장의 군더더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때깔 좋은 수트에 과한 부토니에가 곁들여진 느낌이 이런 걸까. 저자 김정선은 문장의 과한 부토니에 같은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어울리는 곳에 착용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일은 빈 화면에 자유로운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정밀한 계산을 거쳐서, 생각을 드러내는 데 가장 적확한 문장을 도출해내는 과정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좀 쩨쩨한 팔로어가 공유 버튼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가 덧댄 조사 하나가 유발하는 불명확함 때문일 수도 있다. 획득한 엄지의 개수와 공유 빈도가 절대적 척도는 아닐지 몰라도 그것이 SNS 세계 속 공통 화폐로 쓰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 화폐의 단위는 공감이고, 공감은 이해에서 비롯하며, 이해는 편안함과 명확한 문장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