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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공간,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

에디터: 지은경 사진: 문덕관, 얀 리에주아 Moon Dukgwan and Jan Liégeois 사진제공: 악셀 브르보르트 © Axel Vervoordt

눈처럼 희고 보름달처럼 둥글다 하여 붙여진 이름, 달항아리는 언제 봐도 정겹다. 상하좌우 완벽함을 이루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도자 작품을 볼 때보다, 달항아리의 완벽하지 않은 대칭이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표면에서 비치는 은은한 빛깔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온 듯 푹 익은 정겨움을 선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온화하게 만드는 달항아리는 그래서 언제 봐도 좋다. 평생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애착으로 살아 온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한국의 달항아리를 두고 여러 가지 감상을 책에 썼다. “너무나 욕심이 없고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하다.” “흰 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커다란 크기의 백자 달항아리는 한 번에 물레로 빚기가 힘들어 대부분 몸통을 위와 아래로 나누어 만든 뒤 흙이 굳기 전 이어 붙인다. 이때 흙과 손이 만나 이뤄내는 질감과 흔적은 어쩐지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안도감을 선사한다. 정갈한 인상의 항아리 가 가마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항아리는 이곳저곳에 놓이다가 마침내 제 자리를 찾아 안착한다. 달항아리가 머무는 공간의 풍경에는 어느새 온화하고 평화로운 빛이 깃든다. 작가 권대섭의 달항아리가 벨기에 악셀 브르보르트의 아담한 공간에 채워졌다. 항아리들이 빈 공간에서 말간 빛을 발한다. 순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서 있는 듯하다. 어둡고 추운 공간은 이내 온기가 돈다. 가마 속에서 불이 만들어 낸 기포 자국과 엷게 갈라진 표면의 금은 마치 각자 살아온 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달항아리가 이리도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소담한 얼굴을 연상시키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우유 같은 백색과 눈 같은 백색, 청색 기운이 감도는 백색과 회색이 스민 백색 등 안색도 참으로 다양하다. 백토와 고령토를 섞어 빚은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소나무 장작으로만 불을 땐다. 완성되기까지 가마 안에서 머무는 시간만도 수일이다. 그렇게 나온 항아리는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깨부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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