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다시, 책

에디터 : 박중현 김지영 김선주

책 읽는 사람들의 숫자는 자꾸 줄어드는데 책의 미래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난다. ‘책의 미래’라는 말은 곧 책의 ‘쇠퇴’나 ‘종말’, 긍정적으로는 ‘변화’쯤으로 읽히곤 한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지금, 책의 매력은 점점 눈에 띄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책이 사라질 것인가 하는 오랜 물음에도 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대신 그 외피는 전자책, 오디오북, 심지어는 AR/VR북 등으로 계속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방식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독서의 발명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치가 돋친다”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할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인류의 관점에서 볼 때 책 읽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위에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만 년 전이며, 문자가 발명된 것은 고작 8,000여 년 전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대부분 문자 없이 살아왔다. 문자를 기록한 책의 역사는 당연히 그보다 짧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 책을 읽는 능력은 유전적으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 당시 없던 형질이다. 그럼에도 문자를 통해 기록을 남기고, 나아가 책으로 문명을 확립해 후대에 전승하며 발전시켜 온 것은 인류의 진화적 필요에 따라 거둔 후천적 성취였다. 이를 위해 필요했던 건 문장에 담긴 사고와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유추와 추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깊이 읽기’ 능력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읽을 줄 알아야 했다.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 —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독서의 효용, 과연 ‘정보’뿐일까?
그렇다면 안정된 문명 체계를 이룩하고 책 외에도 다양한 기록·전승 수단이 즐비한 오늘날 독서의 효용은 줄어든 걸까? 현대인 특히 청소년들의 의문을 담아 아예 친숙한 질문으로 바꿔보자. 인터넷 찾아보고 유튜브 보면 다 나오는데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독서의 일차 목적은 물론 정보의 획득이다. ‘인터넷 찾으면 다 나온다’라는 말도 그리 틀리진 않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당장 달걀말이를 말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고 서점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단마다 존재하는 효율을 인정하더라도, 획일적으로 단편 정보를 검색하는 일과 책을 읽는 일은 다르다. 독서는 결코 한 줄의 정보나 지식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유나 과정 등을 포함한 이야기로 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독자는 정보와 지식을 포함해 여백에 고유의 시각을 채워넣을 수 있다. 한번 우리의 독서경험을 돌이켜보자. 사실 책에 쓰인 모든 걸 스펀지 물 빨아들이듯 전부 흡수하거나 ‘암, 그렇지’ 하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는 경험은 드물다. 저자의 이야기에 대해 100% 수긍하는 일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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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alex jon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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