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눈을 위한 잔치,
Visual Recipes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마리나 에크로스 © Marina Ekroos www.marinaekroos.com

영화 < 앙: 단팥인생이야기>에서 도쿠에 할머니는 도라야끼 속에 들어갈 팥을 마치 먼 곳에서 찾아와 준 친구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소중히 대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팥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팥이 자라나며 만났을 자연에 대한 영화 속 묘사는 순간 우리로 하여금 팥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애정이 듬뿍 담긴 모든 조리과정을 통해 영화는 작은 도라야끼 하나가 얼마나 위대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작품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모든 것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부분에선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근사하게 잘 차려진 밥상의 요리만을 마주할 뿐 요리 안에 깃든 수많은 동작과 작업, 고민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요리를 음미함에 앞서 만드는 과정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마리나 에크로스의 ‘비주얼 레시피’ 시리즈는 식재료에서부터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총 61종의 요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장의 사진 안에는 모든 요리과정과 완성된 요리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요리의 전체 과정을 한 장의 사진 안에 담아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고 생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는 숭고한 정성과 노력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하나의 요리는 갖가지 이야기와 함께 그릇 안에 담긴다. 식재료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또 그것들이 어떻게 썰리고 버무려져 익혀지는지 등의 이야기는 그저 귀찮고 성가신 조리과정이 아니다. 요리사와 재료들 간의 대화이자 각기 다른 재료들이 펼치는 풍미의 향연이며, 마치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연주하는 자그마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킨다.

비주얼 레시피의 궁극적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매일 접하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영감을 주고자 함에서 출발했다. 음식은 결코 입에 넣고 씹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다. 그것은 식생활을 위해 소비되는 모든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과정들의 조합이다. 한 레시피의 개별 단계들을 해체하면서 마리나 에크로스는 사람들의 긍정적 관심을 유도한다. 동시에 사람들을 위해 요리와 음식을 구성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요리사들을 아름다운 방식으로 격려한다. 프로젝트는 매우 적은 예산으로 시작되었으며, 에크로스는 작업 초반에 협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작업이 진행되면서 에크로스는 홀로 과정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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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Marina Ekroos www.marinaekr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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