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농담 속에 사는 소설가
김중혁

에디터: 박소정
사진 제공: 김종우

“저는 농담 속에 살면 좋을 거 같습니다. 형체는 없는데 계속 농담 속에서 부활하는 겁니다.”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으로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농담 속에 살아가는 동생 송우영과 우주 한가운데서 미아가 된 채 계속해서 전해질지도 말지도 모르는 말들을 남기는 우주비행사 형 이일영. 이부형제가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며 죽음과 사랑에 대해 농담인 듯 말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릴 수도, 삶에 대한 질문을 마주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발상과 특유의 재치로 유쾌함을 던지는 소설가 김중혁이 장편소설 『나는 농담이다』로 돌아왔다. 우주와 스탠드업 코미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상상은 어디서부터 발현되는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Chaeg: 오랜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오셨는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장편소설로는 2년 만인 것 같네요. 그동안 팟캐스트와 이동진 씨와 함께하는 영화당을 진행하고, 문학과 관련된 기획도 하고, 친구들과 소설 전문 사이트 ‘소설리스트’도 운영하고, 늘 그렇듯 다양한 일을 하며 지냈어요. 올해는 책을 너무 많이 내서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내년에는 책을 좀 덜 내고 싶어요. 그런데 쉬지 않고 연재를 하고 쌓여 있는 원고들도 워낙 많아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지금은 창작에 관한 글을 써놓은 게 있는데 이게 책으로 나오면 에세이는 좀 쉬고 장편소설을 좀 구상해보려고요.

Chaeg: 소설 외에도 기고, DJ, 방송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그중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실 소설 쓰는 일은 보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보람이라는 건 한 일에 비해 돌아오는 일이 잘 풀리거나 성과가 클 때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소설은 그 어느 부분에 해당되지 않죠. 소설을 쓸 때는 정말 쓰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잘 안 써지거나, 열심히 썼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 괴롭긴 한데 이런 사실이나 보람과 상관없이 소설 쓸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Chaeg: 글을 쓰다 막힐 때는 어떻게 푸시는 편인가요?
글을 쓸 때 막힌다는 건 쓸 게 없거나 이야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모를 때를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는 셀 수 없이 많아서 그것을 막힌다고 표현하는 건 좀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소설은 선택의 연속이고 막힘의 연속이죠. 한동안 글이 잘 안 써지는 경우를 막힌다고 본다면, 저는 글을 쓸 때 매일 조금씩 뚫고 나가는 느낌으로 써서 그런지 딱히 막힐 때는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마음 같아서는 매일 정해진 분량을 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죠. 저는 그래서 매일 하루에 한 줄이 됐건 20매가 됐건 분량이 들쭉날쭉해도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쓰려고 해요. 소설을 쓰는 건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게 매일 꾸준히 해도 결과물이 항상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 힘든 건 있죠.

Chaeg: 사람들은 보통 글을 쓰다 잘 안 풀리면 어떻게든 풀려고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스스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자책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잖아요. 안 그래요?(웃음) 이 사실을 먼저 인정하고 그다음에 자신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만족하면 괜찮은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일을 하느라 소설을 안 쓰고 있어도 늘 소설 생각을 하고 있고, 언제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소설이 안 써진다면 그때는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를 만들어놓는 것, 그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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