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논쟁의 중심에서, 마리 다리외세크

에디터:유영채 / 자료,사진: 열린책들 제공

프랑스 현대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불리는 마리 다리외세크가 『가시내』의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가시내』는 사춘기 소녀의 성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거침없는 묘사로 많은 관심과 이목을 받고 있다. 자전적인 요소와 80년대가 가진 시대적 특수성을 재현한 이 소설은 십대 성장기를 거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어서 괴롭거나 외려 눈을 돌리고 싶은 삶의 현실적 부분을 조명한다.
작가님을 수식하는 표현 중에 ‘논쟁적인’ ‘도발적인’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프랑스 문단에서 제 위치는 좀 독특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작품이 나올 때마다 독자들을 무관심 상태에 두지 않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제 작품이 수용되는 방식은 아주 좋아하거나 아니면 격렬하게 거부하거나 입니다. 하지만 놀랍고도 궁금한 것이, 저는 대단히 특별한 질문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다기보다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거든요. 왜 그런 반응을 유발하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작년에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했습니다. 문장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이기도 하고, 드디어 제 작품이 단순히 도발적인 문학작품이 아니라 문장이라든가 문학적인 요소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가시내』는 사춘기 소녀가 내적・외적으로 겪는 변화와 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전에 출간된 『암퇘지』도 여성의 몸의 변형에 대해 다루셨고요. 여성의 몸과 성이라는 소재는 선정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것 같습니다.
-저는 여성의 성에 대해 자연스럽고 지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포르노그래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성생활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언급하는 것조차도 포르노와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성의 몸이 어떤 변화를 겪고 또 이성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떤 반응을 하는지 그런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 특히 도덕적으로 정숙함을 강조하는 국가의 독자들은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럽거나 아니면 아주 자극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읽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제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진부한 생각들입니다. 저는 세상을 처음 보는 듯한 경이로움과 자연주의적 시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작품들이 때로 과격하게 또는 시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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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쓰셨던 일기를 바탕으로 『가시내』를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시내』는 제 소설 중 가장 자전적 소설입니다. 14세부터 17세까지 녹음한 테이프 일기가 있어요. 그것을 가지고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쓰는 것이 지루했기 때문에 녹음을 하기 시작했고 몇 시간 동안 하루 종일 일어난 일에 대해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녹음을 했습니다. 청소년기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면서 당시 녹음했던 일기를 다 들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두 상자에 테이프를 다 보관했는데 듣기 위해 워크맨을 찾아야 했습니다. 건전지를 사서 워크맨으로 들었더니 아이들이 “아니 엄마, 도대체 이게 뭐야. 공룡 시대의 이상한 유물을 꺼내서 뭘 하는 거야?”라고 반응할 정도로 오래된 것이더군요. 테이프를 듣는 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는데요. 100시간이 넘는 수다가 녹음돼 있었습니다. 듣기 시작한 순간부터 제가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제가 자란 곳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양이 우는 소리도 들리고, 교회 종소리도 들리고, 어머니가 부엌에서 구두를 신고 또각 또각 이동하는 소리도 들리고, 가끔씩 띠링띠링 하는 옛날식 전화벨 소리도 들렸는데, 그러면 제(어린 다리외세크)가 녹음 중인 걸 알고 얼른 전화기를 내려놓기도 했어요. 완전히 잊어버렸던 소리가 하나 나왔는데요, 부모님이 거실에서 기르던 앵무새가 있었는데 그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시의 소리를 듣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고 작품을 쓰는 데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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