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낯섦과 설렘 사이,
Thomas Allen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Thomas Allen

첫 경험의 순간을 기억하는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본 기억, 훌쩍 떠난 여행,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등 ‘처음’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뜻깊고 오랜 시간 기억으로 저장된다. 우리가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영화, 음악, 디자인, 아이디어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첫 경험이 전해주는 생경하면서도 짜릿한 자극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모두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에 그리도 즐거웠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미국의 사진작가 토마스 앨런은 책을 통해 ‘처음’이 주는 낯섦과 설렘 사이를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펼친다. 하늘을 나는 듯 줄넘기를 하는 소녀부터 태양계 위에서 행성의 위치를 찾으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뻥 뚫린 책 사이로 총을 겨누고 있는 사나이, 드롭킥으로 남자를 단숨에 제압한 무용수까지, 그는 동화적이면서 유쾌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팝업북과 뷰마스터를 좋아했던 작가의 취향은 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호기심 왕성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열정 가득했던 청춘,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넘보게 한 과학의 발견 등 인간이 살면서 겪는 것들에 대해 탐구하고 작품 세계에 반영한다. 작가는 주로 오래된 펄프 픽션을 소재로 사진 한 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펄프 픽션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주로 보급된 통속소설로 주로 모험, 공포, 로맨스, 미스터리, 서부극 등을 소재로 삼는다. 이 장르는 당시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했으며, 값이 저렴하고 실용적인 문고본으로 많이 보급되었다. 작가는 책의 표지 또는 삽화 부분을 잘라 재구성해서 사진을 찍어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기억에서 잊혀가던 펄프 픽션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한 TV 광고의 카피다. 정언명제 같은 말이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새로 태어날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느끼고 마음껏 감탄할 자유가 있다.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판타지 같지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토마스 앨런의 작품은 새로움, 그리고 그것이 전하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오가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
Info
thomasallenonline.com
www.foleygallery.com
59 Orchard Street New York NY 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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