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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5

난민에 관심 없는 그대에게

Editor. 지은경

『난민과 국민 사이』 서경식 지음
돌베개

세상이 한바탕 떠들썩하다. 해안가에 고꾸라져 죽어있는 한 난민 어린이의 사진 한 장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독일 정부는 무조건 난민을 받아들이겠다 선언했다. 그리고 매일 1만 명이 넘는 난민이 독일로 밀려들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난민 상황은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의견을 가진다. 인도적인 측면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지만 무조건이라는 전제는 수용하는 이의 생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더 나아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문화와 내가 속한 장소가 가진 독특한 색이 변질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난민의 이주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범죄율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현재 독일은 반이민 정서가 자라고 있다. 무소속의 유력한 쾰른 시장 후보 헨리에테 레커가 유세하던 중 외국인 혐오 성향 주민의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얼마 전 한국에 거주하는 라이베리아 난민의 딸 페이트의 이야기가 한 매체에 소개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애국가를 부르며 떡볶이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한국 아이,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페이트는 국적도 부여받지 못한 상태로 한국 땅에서 살고 있다. 페이트를 바라보는 같은 반 아이들의 시선은 더욱 가관이다. 외국인의 얼굴이라서, 흑인이라서 페이트가 같은 반 아이들로 받아야 하는 차별의 발언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어여쁜 페이트는 자신의 얼굴이 동양인이 아니라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생김새라서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해버린다. 페이트가 성장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또 대학교에 가야 할 텐데, 그녀는 남들과 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일본의 식민지 시절, 조선인은 부당한 사회차별을 받는 난민들이었다. 지금의 난민들보다도 더욱 가슴 아픈 과거를 지나야 했던 불운한 세대들을 『난민과 국민 사이』 저자 서경식은 책에서 카나리아의 비명과도 같은 것으로 비교하고 있다. “옛날의 탄광의 갱부들은 갱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알기 위해서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갱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먼저 고통을 느끼고 죽음으로써 위험을 알린다. 식민지배의 역사 때문에 일본 사회에 태어난 재일조선인은 말하자면 탄광의 카나리아와 같다.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저자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민족주의, 국민주의, 그리고 일본 우경화 문제에 관해 자기 생각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부여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국민인 우리가 더 잘나서도 아니고 난민인 그들이 못나서도 아니다. 그저 운이 없기 때문이다. 이 종이 한 장 차이의 운대로 돌아서는 차별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난민을 모두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인간의 생존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이다. 관심이 없는 것만큼 나쁜 건 없다.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해결책은 절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먹고살 만해진 우리는 과거를 모조리 잊어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빈민국에서 이제는 살만해지니 난민 따위에 신경 쓸 정도로 일상이 한가하지도 않다. 난민에 관심 없는 그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한심한 그대, 더구나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며 우리가 받은 핍박을 중시하지만, 정작 다른 이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없는 그대가 이 책 『난민과 국민 사이』를 읽었더라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