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꿈을 수놓다

에디터. 지은경 / 사진. 이블린 트로페아 © Yveline Tropéa www.yvelinetropea.fr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이블린 트로페아 Yveline Tropéa는 프랑스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무수한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에 기반을 둔다. 특히 아프리카는 그가 예술가가 되는데 많은 기여를 한 장소다. 그곳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혼합주의,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변증법적 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내수공업의 기법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트로페아의 드로잉은 규칙이나 형식 없이 자유롭지만 동시에 수많은 내레이션을 함축한다. 그림 속 인물들과 인체 구조는 언뜻 구상적으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현실적인 상상이 모여 탄생한 것이다. 원단 위에 형형색색의 실과 구슬들이 밀착된 자수기법으로 제작된 그의 작업은 마치 부두교의 깃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트로페아의 초기작은 주로 인간의 뇌 해부도였다. 수많은 혈관과 근육들이 한데 어우러진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머릿속을 수만 가지 상상들이 번창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로 인식했다. 자수의 섬세한 세련미와 화려한 색상, 풍부하게 자리잡은 디테일들은 환상적인 단면으로 스캔한 새로운 개념의 해부도처럼 보인다. 벌거벗겨진 날것의 해부도가 안겨주는 차가움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느낌이다. 섬세하게 수놓아진 인체는 미감과 공포가 혼합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가 펼쳐보이는 몸의 풍경은 생명과 쾌락, 향락의 근원인 것만 같은 몸도 본질적으로는 고통과 파괴가 잠재된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폭력적이면서도 우아하게 표현된 모호함을 통해 작가는 육체의 원시적인 취약성과 그 너머의 열린 몸, 즉 정신이 깃든 몸에 대해 말한다. 삶은 죽음에 저항하는 힘의 집합에 불과하다. 정맥과 동맥, 맥동과 순환, 기쁨과 두려움, 절망들이 뒤섞인 몸을 안고 살아가는 만큼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의 최근작 ‘자유 드로잉’ 시리즈는 그야말로 즉흥적인 드로잉들의 조합에서 탄생했다. 카페나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 깔린 종이 귀퉁이에 무심코 그린 그림들과 여기저기 그려놓은 낙서들이 모여 겹겹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지만 시작과 끝을 찾아낼 수 없는 이야기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돈다. 초현실적 글쓰기 방식을 채택한 듯한 내레이션은 충분히 시적이다.
작가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무의식적인 움직임들은 캔버스 위에서 반짝이는 구슬과 색실로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의 문제는 무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작가는 꿈을 묘사한다. 이 꿈은 현실의 굴레로부터 벗어난, 해방된 신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몽환이다.

October21_AtlasofLife_06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