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anuary·February, 2019

꽃 한 송이에도 비밀은 있다

Editor. 김선주

읽고 싶은 책은 날로 늘어가는데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린 독자.
작은 책방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들을 수집 중.

『식물문답』
조현진 지음, 독립출판물

최근 텀블벅을 통해 나온 독립출판물을 읽다 어릴 적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얘기로 서문을 열어볼까 한다. 가끔 TV를 보다가 작물이나 약초에 대한 방송이라도 나오면 엄마는 “저거, 엄마 어릴 때는 들에 널렸었어. 너무 많아서 발에 채일 정도였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까 이제 비싸서 먹지도 못하네” 한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전원 풍경이나 나물 같은 푸른 것들이 나오면 지나치지 못하고 향수에 잠긴다. 자신의 추억을 두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었던 건지 아직 어렸던 나와 동생에게 곧잘 들풀 이름을 가르쳐 주거나, 풀피리 부는 법을 알려주거나, 먹을 수 있는 꽃과 열매를 따다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길가에 난 꽃과 풀, 나무의 이름을 척척 맞추는 것이 하도 신기해서 눈에 띄는 것마다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결국 나중엔 식물도감을 사다 주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도 특이한 꽃이나 나무를 보면 이름을 찾아보곤 하는데, 엄마의 조기교육 때문인지, 그저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푸릇한 추억을 소환한 책의 정체는 바로 『식물문답』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조현진의 오랜 작업물을 다듬고 모은 것으로, 식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직접 그린 식물 세밀화와 함께 문답 형식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이 나오기 전 미완성 샘플을 한 독립출판마켓에서 본 적이 있다. 독립출판마켓에 가면 책마다 작가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제본 상태의 이 책을 펼치자마자 식물 덕후의 기운이 한눈에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게임을 할 때 야생화를 사 모으고 식물도감을 읽으며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을 정도로 식물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한다. 식물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조경 설계 일을 하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식물을 더 자세히, 더 재밌게 만나기 위해 식물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다. 책은 그런 그가 알게 된 식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기 위한 장이다. 일부러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퀴즈 풀이 형식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싣고자 단행본과 논문, 도감, 국가표준식물목록 등을 찾아 공부했다고 하니 재미 이상으로 유익함도 쏠쏠하다.
식물에 관한 책이라고는 하나, 자연을 예찬하거나 식물을 키우는 법에 관한 내용과는 무관하다. 단지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면 식물에 조금 더 재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보들의 모음이다. 화투의 똥은 무슨 식물인지, 마트에서 산 연근을 심으면 자라는지, 단옷날 머리 감던 창포는 무엇인지 등 하나같이 몰랐을 땐 별로 궁금하지 않다가 막상 질문을 마주하면 궁금해서 얼른 뒷장을 넘기게 만드는 20가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 세밀화를 통해 실제로 잘 보지 못하는 신기한 식물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어 보는 눈도 즐겁다.
무엇보다도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은 알지 못하는 식물의 방대한 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길거리에, 화분에, 식탁 위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봐왔던 식물이 사실 굉장히 놀라운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굳이 말로 예찬하지 않음에도 간단한 퀴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튤립의 화려한 무늬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식물에 우유를 주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개나리가 몇 개의 열매를 맺는지 그 답을 알고 나면 평범해 보이는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왠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식물문답』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하나, 앞의 목차를 보고 궁금한 질문이 있는 페이지를 따라가본다. 둘, 질문과 그림을 보고 머릿속으로 정답을 생각해본다.
셋, 다음 장으로 넘겨 큰 글씨로 된 답을 확인하고 ‘오오’ 하며 감탄한다.
넷, 아래 작고 흐린 글씨로 된 부연설명까지 읽으면 더욱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팁 : 더 생생하고 신기한 식물들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책 속의 식물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