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Science 책 속 이야기 과학

기발함과 타당성 사이, 디자이너 신덕호

에디터: 유대란 /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젊음과 열정이 뜨거워야만 하는 건 아니다. 뜨거울 때 뜨겁더라도 필요할 땐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차분함, 그리고 냉철함을 발휘해야 할 시점과 지점을 파악하는 균형감이 젊음에게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대다. 디자이너 신덕호의 작업과 생활에서는 이런 주의 깊음과 균형감을 감지할 수 있다. 1980년대생 디자이너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이 주목받는 디자이너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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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자인지 『프린트Print』가 ‘뉴 비주얼 아티스트’로 지목한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디자이너, 혁신적이고 간결한 디자인. 디자이너 신덕호에게 따라붙는 말들이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첫째를 제외하고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은 수시로 바뀔 것이다. 그 자신도 어떤 경력이나 경향에 치우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그가 이제까지 보여준 작업과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일관되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있다. 기발함과 타당성이다. 그가 디자인한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책의 외피에 대한 첫 반응은 ‘기발하다’다. 그리고 책 속 내용을 파악해나가면서는 외피의 기발함이 얼마나 콘텐츠에 충실한지 그 타당성을 발견하게 된다. 기발함과 타당성이 아주 긴밀하고 안정적인 균형을 이룬다. 균형은 디자이너 신덕호가 작업 외적인 것들에 접근하는 방식, 이를테면 디자인의 역할을 조심스레 실험해보고, 관습이나 타이틀에 지나치게 무심하게 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견지하고, 소소하게는 작업실의 위치를 고르고 주변을 탐색해보는 모습에서도 감지할 수 있는 태도며 가치다.
어떤 영역을 다루고 계신가요?
일단 그래픽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 하는 일들을 해요. 행사, 단체 등의 시각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인쇄물이나 웹사이트 같은 물질적・비물질적인 것들을 만들죠. 그중 책을 만드는 일을 많이 하고 전시・행사・이벤트의 책을 만드는 일도 해요.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 디자인을 제일 좋아하고 일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해요. 작년부터 책 관련된 일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물론 많이 하시는 분들에 비해 많은 건 아니고요.
책 디자인이 뭔지 설명해주세요.
제 경험이 길진 않지만… 책에는 이름과 내용이 있잖아요. 그 책을 읽다 보면 내용에 걸맞은 형식들이 분명 있어요. 표지, 속표지, 책의 구조를 책의 내용과 이름에 맞게 형태를 만드는 일이죠. 책의 내용이나 콘셉트를 잘 시각화해서 내용을 뒷받침하는 게 책 디자인의 역할인 것 같아요. 단행본 의 경우 독자가 읽는 데 무리가 없게 만들되 그 안에서 제가 실험할 수 있는 것들을 실험하죠.
타이포그래피를 근간으로 하는 작업을 한다는 표현이 자주 들려요.
그런 건 시기마다 바뀌어요. 타이포그래피가 일단 기본이니까 당연히 중요하지만 디자인의 용도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타이포그래피만으로 뭔가 보여줘야 할 때도 있고 모호한 이미지만으로 가야 할 때도 있고. 타이포그래피만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트렌드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 2000년대 후반 서구권 타이포그래피 영향이 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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