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기록과 기억 사이,
작가 이지상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기억이 존재하는 한 과거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억에 따라 삶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과연 기억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랜 시간 여행자로 살아온 그는 과거의 기억을 두고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불러낸 세계이며 그것은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라고 전한다. 지난 30년간 세계 400곳을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부딪쳐온 그에게 기록과 기억 사이에 스며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랜 여행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될까봐』를 내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나요?
주로 하나의 여행지를 중심으로 다루는 여행기를 써오다 이번 책의 편집자로부터 오랜 여행의 기록을 새롭게 엮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지난 30년간 다녀온 여행을 되돌아보면서 그중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추억을 살펴보게 됐죠. 예상과 달리 행복이라는 게 꼭 좋았던 경험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글 쓰면서 느꼈어요. 힘들고 슬펐던 경험이라도 돌이켜보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여행작가로서 여행은 기록의 과정이기도 할 텐데요, 여행하면서 그때그때 여정과 기분을 바로 기록하는 편인가요?
그렇죠. 제가 30년간 여행을 해왔지만, 그중 실제로 여행한 기간만 따져 보면 6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다니기 시작할 즈음에는 여행의 재미에 한창 빠졌을 때라 기록을 못 했어요.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나 보니 좋았고 재미있던 기억 중간중간이 잘 생각 안 나더라고요.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죠. 그때부터 여행 중에는 매일 2~3시간씩 일기를 써오고 있어요. 처음에는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써왔고, 여행작가로서 글을 쓰게 된 건 좀 나중 일이었죠. 그렇게 써온 노트가 쌓여서 지금은 책상 높이를 넘었어요.(웃음)

처음 여행가로서 삶을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나라 최초 근대 여행가라고 할 수 있는 김찬삼 선생님의 책을 보면서 해외여행에 대해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그리고 그로부터 15년 정도 지나서 만 서른이 되던 해에 첫 여행을 떠났어요.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작된 게 정확히 1989년 1월 1일인데, 그전까지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여권을 만들 수도 없어서 해외여행 가기 힘들었거든요. 그때 직장에서 8박 9일 휴가를 받아 대만을 한 바퀴 돌았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요즘처럼 가이드나 인터넷 정보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지만 낯선 것을 접한다는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표를 내고 무작정 여행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여행가나 여행작가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없던 때였는데, 모든 걸 다 뒤로하고 전 세계를 돌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쳐나간 거죠. 하여튼 그 시절에는 아르바이트해서 돈만 생기면 여행 떠나기 바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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