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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귀농하고 싶은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Editor. 이수언

중학생 때 장래 희망란에 ‘보헤미안’을 써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동경하며 녹색당 가입을 수개월째 고민하고 있다.
취미는 혼자 춤추기, 저글링, 요요. 최근 곡물색 강아지를 입양했다.

『반농반X의 삶』 시오미 나오키 지음
더숲

선망으로 가득 찼던 대학 생활은 하루하루 닥친 과제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야작을 하던 중 내가 가진 모든 것이 고갈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그해 겨울, 휴학하고 제주도에 한 달간 내려갔다. 적당히 쉬엄쉬엄 일하고, 머리 아프면 마실 나가 바닷바람을 쐬고, 저녁에는 달을 안주 삼아 흥에 취하는 제주도민들의 삶이 바로 내가 원하는 모습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풋내기 대학생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 멋진 무언가를 동경하는 것에 익숙했고, 뭔가 실행하자니 어떻게 할지 몰라 겁이 나고 막연했다.
누구나 한 번쯤 귀농이나 귀촌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시골 사람의 인심이 생각보다 박할 수 있다는 것, 막상 귀농 후 먹고사는 문제가 막막할 수 있다는 것 등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할 때는 고려할 점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근사한 미래를 상상하며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어떤 것부터 시작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잠이나 자는 시대는 끝났다. ‘에라 우선 이걸 해야겠다!’ 이래야 하는 시기다. 거기에 자연이라는 환경은 인생을 초기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반농반X의 삶
저자는 20년 전 환경문제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반농반’이란 중국인 이름이 아니라, 반(半)은 자급적인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을 뜻한다. 즉 농사로 지속 가능한 작은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고 타고난 재주인 ‘X’를 실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10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에 돌아가 ‘반농반X’의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과 더불어 이 책에는 ‘반농반X’의 삶을 사는 영화자막 번역가, 화가, 민박집 주인, 건강한 밥상요리교실 강사, 웹 디자이너, 간병인, 심리치유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부지런히 일하면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경작하는 일은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재주를 병행하는 삶이라니…. 이미 보유한 능력이 여러 개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초긍정, 로맨틱, 성공적 귀농 생활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들 찰나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무엇을 할까’를 모색하는 과정 그 자체여도 좋지 않을까? 인생을 마칠 때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자기 탐색이 거의 끝난 듯 보이는 사람들도 여전히 자신의 천직을 찾아가는 중이며 당장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을 때,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에 도전하는 것. 저자는 그것이 자신의 ‘X’를 찾아가는 길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인도의 사상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 천직의 힌트는 뜻밖의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시골살이라는 것도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지만, 책 속에는 한 번 태어난 생을 빈틈없이 즐기려는 신선들이 나온다. 시골에는 자연이 주는 영감이 있고 그것은 인간의 생활 곳곳에 자극을 준다. 철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아마 그것의 근원은 본디 ‘자연’ 속에 있을 것이다. 즉 참다운 삶의 철학은 귀농을 하면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니 더더욱 귀농을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