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빛,
소설가 은희경

에디터: 김선주
사진: 고남희

2017년의 중년 여성 유경은 오랜 친구 희진의 소설을 읽으며 함께 보낸 여대 기숙사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나 희진의 소설 속에서 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묘사되어 있고,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다르다. 소설을 매개로 펼쳐지는 과거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재편되고 조작된 기억의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나를 누구라고 알고 살아왔던 걸까.” 타인의 시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또 다른 모습에 직면하고, 어떤 기억이 진실인가보다 서로의 기억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끝내는 만져보지 못한 빛’의 과거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7년 만에 장편 『빛의 과거』로 돌아온 은희경 작가가 보여주는 빛의 색과 굴절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날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7년 만의 신간이자 완성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작품이에요. 책이 나온 후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오랜만에 책 냈는데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책이 나오고 나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덕분에 하나하나 즐겁게 하고 있어요. 원래 책이 나오면 어느 정도 애증 관계가 있어서 다시 안 보고 싶은데, 이 책은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고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만큼 기특한 느낌이 들어요.

10년이면 기특할 만도 하네요.(웃음) 원래 장편 하나를 쓰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 편인가요?
아이디어나 소재를 찾는 것부터 쓰는 것과 다듬는 것까지 하면 3년 정도?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왜 쓰려고 했는지 그 이유가 잘 잡히지 않아서 시작하지 못했다고 하신 걸 봤어요. 책이 나온 지금은 그 답을 찾으셨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겠지만, 저는 세 가지가 있었어요. 그중에 성장기에 관한 것과 아버지에 관한 것은 『새의 선물』과 『비밀과 거짓말』로 썼고요. 기숙사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언젠가 써야지’ 하면서도 어떤 그림으로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10년 전에도 쓰려고 앉았다가 실패하고 여기까지 온 거죠.

새 작품을 쓸 때마다 장소를 옮겨가며 쓰신다고 알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주로 어디서 집필하셨나요?
예전에는 새로운 감각으로 글 쓰는 데만 집중하고자 절처럼 낯선 장소에 가서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낯선 곳보다 작가들을 위한 집필 시설에서 쓰게 되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연희문학창작촌에서 2개월,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2개월, 지금은 없어진 증평 21세기문학관에서 2개월, 이런 식으로 몇 달씩 떠돌아다니면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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