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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6

고양이 여행기 2

Editor. 박소정

불안한 표정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양이를 보면 일단 ‘야옹’ 하고 인사부터 하는 고양이 덕후.
눈보다 귀가 발달한 편이라 소음을 피하기 위해 항상 BGM을 틀어놓는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이용한 지음
북폴리오

약 1년 전 불친절한 책선택에 ‘고양이 여행기’를 쓰며 고양이 덕후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간 동네 길고양이를 비롯해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 등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만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는 올해 봄 내가 사는 건물 뒤쪽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 가족이다. 삼색이 엄마와 고등어 아빠, 삼촌 그리고 흰 바탕에 검정무늬를 가진 새끼 고양이까지 네 마리가 한 가족이다. 그들은 건물 뒤에 쌓여 있는 폐가구를 집으로, 헌 천막은 지붕으로, 녹슨 자전거는 놀이터 삼아 지냈다. 길고양이라면 사람이 다가가면 피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일인지 이 고양이들은 자리를 지키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비쩍 마른 몸과 애처로운 눈동자에 이끌려 나는 얼떨결에 캣맘이 되어버렸다.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을 살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지만, 한 생명을 보살피는 데에 얼마나 마음이 쓰이는지 또 얼마나 가슴 뿌듯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 기회였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길을 지나다 고양이를 만날 때면 그때 고양이 가족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그 아이들은 아직 잘살고 있는지, 새끼는 지금쯤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고, 아쉬운 마음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뒤적거리곤 한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고양이 춤>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된 에세이 시리즈 ‘안녕 고양이’의 뒤를 잇는 저자의 새로운 에세이다. 그는 2년 반 동안 강원도, 울릉도, 전라도, 제주도 등 전국 60여 곳을 돌며 섬, 산, 도심, 오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양이를 만나고 그들을 관찰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글과 더불어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생김새와 분위기가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담긴 300여 컷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는 고양이를 만나고 배우기 시작하며 고양이에 대한 무지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고양이에 관해 아무것도 확실히 모르겠다며, 이것이 자신을 더 깊이 고양이에 대한 탐구로 이끈다고 전한다. 알면 알수록 우리를 미궁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 고양이만의 매력은 고양이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동의할 것이다.
그는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통영에 위치한 욕지도라는 섬에 찾아간다. 오래전 잡지 『선데이 서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 남해에 고양이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고양이들의 천국 일본의 아이노시마 섬과는 거리가 멀다. 1968년 11월 10일 자에 실린 기사는 다음과 같다.
“엊그제까지 고양이 한 마리에 300~400원 하던 것이 벌써 5,000원에 호가되고 있다. (…) 쥐잡이 방안으로 착수한 고양이 사육의 범위가 확대되어 독립된 섬 하나를 고양이 사육 단지로 선정. 수출용과 식육용, 애완용으로 구분, 사육해 해외에까지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하 생략)”
그래도 어느 정도 고양이들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찾은 욕지도는 기대와 달리 고양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옛날에 고양이를 사고팔던 섬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는 여행의 목적을 잃고 방황할 때쯤 동네 주민의 소개를 통해 많은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한 정원에 찾아갔다. 20마리 정도 있을 것이라던 얘기와 달리 고양이는 10마리 정도뿐이다. 정원의 주인은 그를 한껏 경계하는 태세로 지난해 이웃 사람들이 농사를 망친다고 쥐약을 설치해 고양이의 절반이 죽었다고 전했다. 저자 또한 농사와 무관한 삶을 살지 않기에 농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과 고양이 이 둘이 공존할 방향을 모색해보지 않은 채 쥐약부터 놔버린 그들이 원망스럽고, 애써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게 그의 속마음이다. 오랜 시간 캣대디로 활동하며 많은 고양이가 쥐약 때문에 허무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을 숱하게 봐왔던 탓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고양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낸다면 한국에서 존재 자체만으로 미움과 비난을 받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어 나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