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November, 2015

고독에게, 릴케가

Editor. 이수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R. M. 릴케 지음
범우사

외출하기 전, 가져나갈 짐을 챙기다 보면 책을 한 권 들고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 고민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과연 내가 짬을 내어 읽을 수 있을까, 이것은 정녕 짐이 되지 않을까.’ 읽지 못하는 날에는 책의 무게만큼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 항상 책을 들고 다닐지 고민하며 책만 생각하면 죄책감이 드는 당신을 위해 ‘가벼운’ 책을 소개한다. 당신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작고 얇은 책은 읽든 피치 못하게 읽지 못하든 당신의 죄책감을 덜어줄 것이다. 범우문고 문고판 시리즈 중 하나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총 176쪽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로 110mm에 세로 174mm로 두께는 14mm이다. 두께는 여느 책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가벼운 질량의 재생지인 중질지를 사용하여 무게는 겨우 135g이다. 아이폰 5s(112g)를 기준으로 불과 23g 조금 더 나간다. 일반 도서와 비슷한 글자 크기를 사용하여 가독성도 높다. 이 책은 20세기 최고 시인이자 섬세한 감수성으로 삶의 본질을 탐구한 릴케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수많은 여인 중 6명의 여인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편지의 어느 대목을 읽어도 마치 릴케가 직접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현실에 와 닿아, 그의 편지를 기다렸던 여인이 되어 연인의 주옥같은 말을 놓칠새라 꼼꼼하게 읽게 된다. 책의 무게는 가볍
지만 자신의 삶과 고독에 침잠하라는 릴케의 강력한 조언은 그의 묵직한 사상과 철학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