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경계에서 빛나는 사람 타이포그래퍼, 북디자이너 유지원

글. 김겨울 사진. 조성현 에디터. 현희진

맑고 명민한 사람. 유지원 작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 빛나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예민하게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 능력은 그가 책을 만드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첫 저서 『글자풍경』에서 보여준 지식과 안목으로 그에게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이번 『뉴턴의 아틀리에』를 통해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넓은 감각에 감탄했다. 글의 내용과 형식 사이를 오가는 타이포그래퍼, 조형의 물리성을 고려하는 북디자이너, 한국에 살면서 독일의 정신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 주저 없이 첫 인터뷰어로 모셨다.
Q. 얼마 전, 김상욱 교수님과 함께 쓰신 『뉴턴의 아틀리에』가 나왔죠.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책입니다. 책의 반응은 좀 어떤가요? A. 나온 지 한 달 조금 안 되었는데, 다들 앞부분만 읽으신 것 같아요. (웃음) 앞부분 감상만 올라오더라고요. 꼭꼭 씹어서 읽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SNS에 간단히 후기를 쓰기에는 1부가 적합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책에서 아끼는 글들은 결말부에 있어요. 수학과 과학이 디자인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대한,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이야기이죠.
Q. 전작 『글자풍경』은 혼자 쓰신 책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저자와 함께 쓰는 책이라 느낌이 다르셨을 것 같아요. A. 거의 비슷했어요. 김상욱 교수님과는 2016년쯤 SNS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쟁에서 헤어진 친오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았어요. (웃음) 기본적으로 교수님 인품이 좋으셔서 타인과 함께 책을 쓸 때 느낄 수 있는 이물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든든했죠.
Q. 그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부분도 있었을까요? A. 서로가 서로에게 이미 영향을 받은 상태였어요. 김상욱 교수님 글을 보면 제가 평소에 하던 생각의 영향이 부지불식간에 스며든 부분이 있어요. 제 생각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면 김상욱 교수님의 예전 저서에 있는 식이죠. 지식자체보다는 관점을 주고받은 것 같아요. 그걸 서로 인정하는 관계이니 굳이 ‘그건 원래 내 생각’이라고 주장하지 않아요.
Q. 『뉴턴의 아틀리에』의 경우에는 연재를 1년 정도 한 후에 글을 묶어서 책으로 냈고, 전작 『글자풍경』도 여러곳에 쓰신 글을 묶어서 내셨는데요. 따로 떨어져 있던 글에게 몸을 입히는 과정은 어땠나요? A. 몸이라는 말이 너무 좋네요. 저는 영과 육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창작을 하다 보면 손이 먼저 반응하다 머리를 가르치는 경우가 있어요. 자전거 타기처럼요. 책의 몸과 정신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뉴턴의 아틀리에』를 디자인하면서는 『뉴턴의 아틀리에』적인 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픽 디자인의 저자성authorship과 일맥상통하 는 측면이죠. 보통 디자인이라고 하면 형태와 색을 많이 생각하지만 손에 만져지는 재료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가장 평범한 백모조지로 띠지와 표지, 내지 무게를 달리해 처리했어요. 같은 종이가 손에 느껴지는 두께 차이로 다르게 인식되는 거죠. 또 440쪽 치고는 책이 얇아요. 무겁지 않고 산뜻한 책이길 바랐거든요. 띠지를 끌면 앞표지 부분에 유광처리를 한 부분이 드러나는데, 시각적인 효과도 있지만 끈적함 때문에 마찰력이 생겨서 손의 힘을 받아줘요. 독자의 몸이 들여야 할 힘을 책과 몸이 나누는 거죠. 책과 몸은 힘의 상호작용을 하니까요. 이런 걸 고려해야 물리학자와 책을 쓴 디자이너가 한 디자인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디테일이 있을까요? A. 보라색 실과 하늘색 실이 책에서 들쭉날쭉 이어져요. 1쇄부터 많이 나오면 독자들이 놀랄까 봐 조금만 넣었는데, 쇄가 바뀔 때마다 실을 몇 장씩 더 넣어요. 책등에 하늘색과 보라색으로 디자인하고, 책 안쪽으로 실이 풀려나오는 것처럼 연출한 거예요. 키워드에 따라 저자 글 순서가 바뀌면 목차에 표시된 하늘색 실과 보라색 실 순서도 바뀌고요. 쇄가 거듭되면서 제가 묻어둔 이야기들이 점점 발각되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5쇄에서는 실이 본문 위를 침범하기도 해요. 일종의 유머이죠.
Q. 세상에, 5쇄 사야겠다. ‘그래픽 디자인의 저자성’이 곳곳에서 세심하게 빛나네요. A. 쇄가 거듭될수록 더 재미가 생기겠죠. 두 저자의 목소리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폰트도 다르게 썼고,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구성할 때도 잡아당기는 힘, 장력을 표현하기 위해 꽉꽉 채웠어요. 독자와 저자가 동기화되길 원해서 본문 중간 중간에 참고자료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화살표를 넣었죠. 그러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같은 그림이 들어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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