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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1

우리는 정말 더 똑똑해지고 있을까

글.최재천

SF 전문출판사 아작 편집장.“내겐 새 책이 있고, 책이 있는 한, 난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다.” _ 조 월튼


『마음의 지배자』
김현중 지음
온우주

‘플린 효과Flynn Effect’라는 말이 있다. 한 세기를 거치는 동안 IQ 검사에서 나타난 큰 폭의 증가세를 일컫는 말인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던 제임스 플린의 이름을 딴 용어지만, 정작 플린 교수는 평균 지능 지수 검사 성적의 상승이라는 압도적 증거 앞에서도 IQ가 곧 지능은 아니라는 지적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책 『플린 이펙트』을 통해 그는 “IQ 증가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화두를 제시하거나 “IQ 증가가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플린 효과가 단순히 ‘신세대가 구세대보다 더 똑똑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그리고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더 쉽게 해결하고 싶다는 소망은 아마도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책장을 후루룩 살펴봐도, 작가가 ‘약물이나 시술을 통해 더 똑똑해지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하고 쓴 SF 작품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일쯤이야 가볍게 해결되는 먼 미래의 이야기들도 많지만, 어쩌면 사는 동안 정말 내 눈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되는 내용도 꽤 된다. 아니,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비추어 보자면 이런 주제의 작품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은 게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도.
소설집 『마음의 지배자』에 수록된 김현중 작가의 단편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는 독일의 한 과학자가 발명한 ‘대뇌반구간 보조신경연결체 삽입술’, 일명 ‘아인시술’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아인시술은 포유류의 뇌량에 은과 지르코늄 합금으로 된 미세한 바늘을 삽입하여 지능 활동을 최대 15%까지 개선하는 것이다. 다만 완전히 자란 성인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고, 수술 비용이 한국 돈2천만 원 정도로 비싸다는 큰 문제가 있다. 그러니 그 후 벌어질 계급 간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일 테고, 작가는 그 갈등을 주인공 남녀의 삶의 궤적과 재회를 통해 아름답게 혹은 쓸쓸하게 그려낸다.
앤솔로지 『영어로 뭐게요 대머리가』에 수록된 지은담 작가의 단편 「지니어스 프로젝트」는 조금 더 현실적인데, ‘똑똑이 시술’ ‘영재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지니어스 프로젝트’라는 시술이 강남 일대부터 퍼져간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켜준다는 입소문을 타며 전국적으로 유행하지만,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그런데도 모두가 다 하는 시술이기에 ‘비시술자’들은 학교에서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작가는 ‘비시술자’와 ‘시술자’ 아이들 간의 우정을 통해 작은 일탈을 꿈꾼다.
앞서 두 작품이 사회적 갈등을 주인공들 간의 관계로 풀어낸다면,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에 수록된 정세랑 작가의 단편 「리틀 베이비블루 필」은 스케일이 남다르게 크고 디스토피아적이다.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치매 치료제로 개발된 파란알약 ‘HBL1238’은 암시장에서 ‘시험 잘 보는 약’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이 이 약을 삼키기 시작하고, 파란 알약은 교육계와 학계를 넘어 산업 시스템 전체를 바꿔놓게 된다. 하지만 약이 상용화된 지 80년 뒤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처참한 결말이 도래한다. 하늘색 알약을 통해 별다른 노력 없이 모든 것을 기억하며 똑똑해진 세대의 후손들에게 벌어지는 일은, 어쩌면 앞서 말한 플린 교수의 질문, “IQ 증가가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작가의 대답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하늘색 알약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동시에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_정세랑, 「리틀 베이비블루 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