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바람이 머무는 숲,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책이 좋아 사람이 모이고, 책을 읽으며 다른 세상과 만나고, 즐거운 이야기가 피어나고, 삶이 생기고. 도서관은 그런 곳이다. 그냥 우두커니 앉아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책Chaeg』은 1호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도서관을 소개해왔다. 그중에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도 있었고 세련되고 우아한 건축미를 뽐내는 곳,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곳도 있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사랑방 같은 장소도 있었다. 책(Chaeg)이 도서관 취재를 특별기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는 현 대한민국에 아름답고도 자랑스러운 도서관 문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달 어마어마한 책이 만들어지지만 독서량이 미흡한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도서관이 자리를 잡아준다면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 것인가? 여기, 작고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책 향기를 풍기며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이곳은 바람이 머무는 책의 숲이다.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온갖 이야기를 가지고 숲속에 풀어놓으면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더불어 이야기와 호흡할 수 있다. ‘바람 숲’이라는 도서관의 예쁜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다.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은 3,000여 권의 그림책으로 시작해 현재는 8,000여 권의 그림책을 소장한 도서관이다. 대학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최지혜 도서관장이 개인적으로 모아오던 그림책들이 모여 지금의 도서관에 자리 잡았다. 인표어린이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인 1996년에 그녀는 어린이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는데, 그때 문득 햇살이 잘 들어오는 숲에서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차려진 도서관이 2014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었다. 작은 개인 도서관이라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곳저곳 기증받은 헌 책만 가득할 거라는 편견을 갖기 십상인데, 이곳은 아름답고 귀한 그림책들과 따끈한 신간 등 읽을거리가 매우 풍성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최지혜 관장은 조금 더 큰 도서관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9년 10월 도서관은 조금 더 크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새단장해 문을 열었다. 굽이굽이 시골길로 들어서면 멀리 아름다운 벽돌 건물이 작은 언덕에 기대어 우두커니 서 있다. 도서관 주변은 나무로 가득하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해먹도 걸려있어 마치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의 안식처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도서관 내부는 ‘들’ ‘산’ ‘숲길’ ‘숲’ 등으로 공간이 나뉜다. 들과 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공간은 계단형으로 설계되어 방문자의 시야를 한눈에 사로잡는다. 이곳에는 주로 일반 창작 그림책이 비치되어 있다. 숲길은 작은 복도로 이루어진 공간이자 숲 공간으로 들어서기 위한 길목이기도 하다. 이곳은 자연과 생태, 환경, 과학 그림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숲길 복도를 지나면 작고 아늑한 공간이 하나 나오는데, 마치 작은 공간의 구석에 머물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의 심리를 반영한 듯하다. 이곳에서는 인권과 평화, 역사와 지리, 음악, 미술, 영유아 책과 팝업북, 빅북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으로, 아이와 함께 나들이 온 어른도 아름다운 그림책 세상을 이곳에서 만난다. 도서관은 열람실 서비스 외에도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어린이 스스로 그림책 작가가 되어보는 프로그램인 ‘어린이 작가교실’은 아이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모아 인쇄 후 책으로 엮는다. 벌써 5기 과정을 진행 중이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은 어른들을 위한 동아리인 ‘그림책 시시콜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동아리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제에 따라 펼친다. 선정된 주제에 따라 책을 준비해 책 이야기는 물론 각자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북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주변 숲을 산책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다 갈 수도 있다.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 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진로159번길 66-34 10:00~17:00 월, 화요일 휴무 blog.naver.com/baramsupai 070-4109-6280